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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년간 이어진 인류의 사랑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7년 2월 호

글·앤드루 커리  사진·브라이언 핀크


술은 단순히 우리를 취하게 하는 음료가 아니다. 문명이 태동할 때부터 술은 예술과 언어, 종교의 발전을 촉진하는 등 인류 문화의 발전을 이끈 주요 원동력이었다.


당신이 독일의 맥주 양조자라면 알아두면 좋은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 뮌헨공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마틴 잔코브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양조법으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대학교 중 하나라 그런지 그를 찾아오는 학생이 많다. 독일의 최대 맥주 기업에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맥주 맛이 이상할 때 그 원인을 찾거나 새로운 맥주를 개발하고 싶어서 혹은 잔코브가 보유한 수백 종의 효모를 둘러보고 구매하기 위해서다. 잔코브의 연구실은 자물쇠로 잠겨 있으며 안에는 최첨단 화학 실험 장비와 유전자 서열 분석기가 가득하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장비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와인은 프랑스를 포함한 로마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연구실이 아닌 복도 끝에서 그를 발견했다. 잔코브는 오븐 위로 구부정히 몸을 숙이고 오트밀 과자 반죽 같은 것이 들어 있는 냄비를 주걱으로 젓고 있었다. 보리 배아에 열을 가해 만든 맥아와 밀가루, 산성 반죽의 효모를 여러 큰술 넣어 만든 반죽이다. 그는 오늘 약 4000년 전 수메르인의 방식을 그대로 재연해 맥주를 주조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양조업자의 도제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잔코브는 저명한 맥주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실과 수도원 건물은 뮌헨 공항이 보이는 언덕 정상에 있다. 수도원에는 1040년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이 세운 바이엔슈테판 양조장도 있다. 영업을 하는 양조장 중 세계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곳이다.


고대 로마에서 와인은 모두가 즐겨 마시던 음료였다.

독일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의 단골 참가자가 아니더라도 독일 맥주의 역사가 깊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소시지도 그만큼 역사가 깊다. 유럽 대다수 국가들처럼 로마 제국에 정복된 후에야 와인을 전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프랑스는 오늘날 와인 대표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치즈도 큰 사랑을 받는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이런 시각으로 맥주와 와인을 바라봤다. 맥주와 와인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소시지나 치즈와 큰 차이가 없는 단순 소비재로 여긴 것이다. 단지 술은 과음하면 결과가 안 좋다는 점이 달랐다. 술은 문명의 부산물일 뿐이지 중요한 산물이 아니었다.

이처럼 굳어진 학설에 수십 년간 이의를 제기한 연구원 중 한 명이 바로 잔코브다. 그를 비롯해 반대 이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마셔온 음료 중 하나가 술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들은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기 이전부터 술을 섭취한 점으로 미뤄 선사시대부터도 술이 음용됐다고 설명했다. 잔코브가 재연한 수메르식 맥주는 인류 최초의 맥주가 아니다. 최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약 9000년 전부터 쌀과 꿀, 과일로 일종의 와인을 양조했다. 오늘날 조지아의 캅카스 산맥이나 이란의 자그로스 산맥에서는 가장 먼저 재배되기 시작한 과일 중 하나가 바로 포도이고 와인은 약 7400년 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7년 2월 호 내용 중]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전자잡지]

지구에 관한 모든 것,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보여 드립니다. 인류의 위대한 도전정신, 생생한 야생의 숨결, 지구를 옥죄는 기후 변화, 인류와 생태계의 공존을 위한 조건 등 자연과 인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생생한 사진, 인터랙티브 지도, 동영상,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 그리고 현장감 넘치는 글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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