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7년 12월 호
글·로버트 드레이퍼 사진·시릴 자크벡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영감을 받은 젊은 기업인들이 아프리카에 삶을 바꾸는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곳은 한때 어떤 영국인이 기계 수리점을 운영한 적이 있어 ‘엔지니어’라는 이름이 붙은 케냐의 시골 마을이다. 2004년 어느 날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인쇄소를 지나가던 깡마른 소년의 눈에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 들어왔다. 바로 컴퓨터였다. 소년은 인쇄소 주인이 키보드를 세차게 두드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피터 카리우키는 10대가 채 되기 전에 자신의 운명을 깨달았다.
양배추와 감자를 재배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소년의 부모는 아들 피터가 인쇄소에서 살다시피 하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엔지니어 마을에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전기가 들어오는 집도 귀한 형편이었다. 기술 호황은 먼 나라 이야기였고 비쩍 마른 젊은 안경잡이들이 하드웨어를 발명하거나 컴퓨터 코드를 만들어 30대에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아직 이 마을에는 돌지 않았다. 초등학교 성적이 좋아 명문인 마세노학교에 입학하자 선생님은 피터에게 컴퓨터실의 열쇠를 줬다. 여기서 피터는 밤새도록 컴퓨터 코드를 만들었다.
이 컴퓨터 귀재는 18살이 되던 2010년에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직장을 얻었다. 키갈리의 버스용 자동 발권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키갈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깨끗하고 범죄율도 낮은 도시에 속하지만 대중교통 체계는 여느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암울했다. 버스는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데다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붐비고 느리기 짝이 없어 통근하는 사람들은 대개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했다. 그런데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들은 운전을 험하게 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실제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전역에서 사망 원인 1위는 에이즈와 말라리아인데 교통사고가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카리우키가 검토한 경찰 교통 통계 자료에 따르면 키갈리 교통사고의 약 80%가 오토바이와 연관이 있었다. 카리우키와 방을 같이 쓰게 된 배럿 내시는 이런 사실에 주목했다. 내시는 캐나다 출신으로 카리우키와 함께 벤처기업가를 꿈꾸고 있었다. 두 사람은 노트북을 끄고 키갈리 홍등가를 지나 옥외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근본적인 질문과 씨름하곤 했다. 어떻게 하면 우버처럼 효율적이며 싸고 안전한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키갈리에 제공할 수 있을까?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7년 12월 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