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7년 12월 호 중
글·칩 브라운 / 사진·스티브 윈터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은둔형 포식자 재규어는 영적인 상징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오늘날 이 고양잇과 동물은 여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 머지않아 녀석의 놀라운 모습은 그저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거장 후안 플로레스의 제자들이 나를 재규어의 영적 세계로 들어가게 해줄 음료를 작은 플라스틱 잔에 담아 가져왔다. 그 잔에는 시럽 같은 갈색의 액체 ‘라 메디시나’가 있었다. 라 메디시나는 차쿠루나 잎과 아야화스카 덩굴을 이틀 동안 달여 낡은 물병에 넣어둔 것이다. 의식 초반에 거장은 아마존 밀림의 야생 담뱃잎 ‘마파초’를 피워 연기를 뿜어내 이 혼합액을 봉헌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모인 사람들의 잔에 혼합액을 조금씩 부어주기 시작했다.
미국, 캐나다,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그리고 페루에서 온 사람까지 총 28명이 모였다. 우리가 페루 아마존의 ‘보일링 리버’ 강기슭에 세워진 이 외딴 기지까지 온 목적은 저마다 뭔가를 찾기 위해서다. 어떤 이들은 극심한 고통에 대한 치료법을 찾기를 바랐고, 어떤 이들은 나아갈 길을 찾고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그저 다른 세계를 엿보고 싶어 했다. 다른 세계란 미국의 동물학자 앨런 라비노비츠가 ‘재규어와 관련된 문화적 현상’이라고 칭하는 것의 가장 난해한부분을 말한다. 이 범위에는 앨런이 이끄는 환경보호 단체 ‘팬서라’가 보호하고자 하는 서식지와 이동 경로가 포함된다. 팬서라는 약 10만 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재규어들의 생존과 유전자풀의 존속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늘한 밤공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증기가 유령처럼 흔들리는 가운데 강물 소리 위로 조용히 묘약이 분배됐다. 제자들이 내게 다가오자 나는 무릎을 꿇었다. 한 제자는 잔을 건넸고 다른 한 명은 그 옆에 물잔을 들고 서 있었다. 나는 잠시 주저했다. 며칠 전 페루의 분주한 항구 도시 푸칼파에서 만난 유명한 쿠란데로(주술사) 돈 호세 캄포스가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7년 12월 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