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1월 호
글·팀 폴거
기후학자들은 북극해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해빙이 녹아서 이번 세기 말이면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쪽에 있는 얼음띠 정도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얼음띠는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북극곰과 그 밖의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사냥의 흔적이다. 눈 덮인 해빙 위로 고리무늬물범의 피로 추정되는 새빨간 액체가 깜짝 놀랄 만큼 넓게 퍼져 있다. 잠시 뒤 북극곰이 등장한다. 몸집이 큰 암컷 뒤로 새끼 곰 한 마리가 보인다. 녀석들은 방금 전 빙해에 형성된 개빙 구역 속으로 뛰어들었다. 우리가 탄 헬리콥터가 가까이 접근하자 녀석들은 겁을 먹고 금세 다시 물 밖으로 나와 얼음 위를 달린다. 오래 달리는 것은 북극곰에게 위험할 수 있다. 단열 기능을 하는 지방과 털 때문에 몸이 과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퀘벡주에서 온 조종사 프랑수아 르투르노 클루티에가 헬리콥터를 좀 더 높게 띄우자 어미와 새끼가 다시 느긋하게 걷는다.
르투르노 클루티에는 몇 분간 녀석들을 따라다닌 뒤 100m가량 떨어진 지점의 빙원에 헬리콥터를 부드럽게 착륙시키더니 엔진을 끈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에 우리는 이곳의 경관을 감상한다. 방대한 눈밭과 얼음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곰 두 마리가 있고 얼음이 녹아 생긴 수많은 얕은 웅덩이들에 비친 한여름의 태양은 마치 희미한 붉은색과 푸른색의 후광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마법 같은 순간은 요란하게 들려오는 헬리콥터의 날개 소리에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허드슨만에서 북쪽으로 약 1100km 떨어진 캐나다 배핀섬 최북단에 자리 잡은 우리의 야영지로 향한다.
이런 장관은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여름철에 이런 경관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여름 해빙과 그 해빙에 훌륭하게 적응한 배핀섬의 생명체들, 즉 곰,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고래, 극지대구, 갑각류, 빙설조류 등도 덩달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1980년대의 인공위성 자료를 보면 당시 북극해의 해빙은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그 면적이 평균 750만km² 늘어나 있었다. 그런데 그 후로 250만km²가 넘는 해빙이 소멸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1월 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