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2월 호
글 • 로버트 드레이퍼
지구에 있는 다른 모든 것을. 발전하는 기술과 점점 늘어나는 보안에 대한 수요 탓에 우리는 모두 감시 대상이 됐다. 사생활은 단지 추억이 돼가는 것일까?
어느 토요일 아침 10시 30분쯤 영국 런던 북부의 이즐링턴구에서 소형 오토바이를 탄 두 남자가 어퍼스트리트의 상점가를 질주 한다. 헬멧과 장갑을 착용하고 재킷을 걸친 그들은 마치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처럼 쏜살같이 차량 사이를 누비며 2층 버스를 빙빙 에돈다. 또 두 남자는 소형 오토바이의 앞바퀴를 들고 붐비는 거리를 달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은 단순히 폭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듯하다.
3~4분 뒤 그들은 갑자기 어퍼스트리트를 벗어나 한적하고 수목이 울창한 주택가로 접어든다. 보도 위에 내린 그들은 헬멧을 쓴 채 한동안 대화를 나눈다.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아마 모를 법한 사실이 있다. 2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른 두 남자가 창문 없는 방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이동하는군.” 샐이 에릭에게 말한다.
셀과 에릭은 이즐링턴구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관제실에서 긴 계기판 뒤에 3m쯤 서로 떨어져 앉아 있다. 중년인 샐에 반해 에릭은 수십 년은 더 젊어 보인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잡담도 오가지 않는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출발하자 샐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화면에 10번 카메라의 영상이 나타나게 한다. 그러자 거기에 다시 어퍼스트리트를 질주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들이 샐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에릭이 재빨리 163번 카메라로 그들의 위치를 찾아낸다. 그가 조이스틱으로 번호판이 또렷이 보일 때까지 오토바이의 후면을 확대한다.
샐이 경찰서에 무전을 보낸다. “수상쩍은 오토바이 두 대가 어퍼스트리트에서 앞바퀴를 들고 질주하고 있다.”
샐과 에릭 앞에는 모니터 16개가 달린 거대한 화면이 있다. 이 화면에는 이즐링턴구에 설치된 CCTV 카메라 180대가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영상이 나온다. 이 토요일 아침은 비교적 평온해 보인다. 이번 주 초에는 한 젊은이가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고 아치웨이로드의 고가도로에서도 한 남성이 뛰어내려 사망했다. 오늘 오후에는 핀스버리파크에서 소매치기와 술주정꾼 및 여타 경미한 사범들을 적발하기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가 축제 참가자 3만 5000명을 몇 시간 동안 이리저리 살펴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즐링턴구에서 일어나고 있는일은 이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난폭 운전뿐이다. 샐과 에릭은 이 일을 각각 15년과 4년 동안 해왔는데 한 카메라에서 다음 카메라로 척척 추적 대상을 쫓는 이들의 모습이 단조로워 보이지만 이들의 맥박이 빨라지는 것이 내 눈에 보일 지경이다. 이들은 화면 속 두 남자가 1년 넘도록 이즐링턴구에서 문제를 일으켜온 폭력단의 조직원이라고 짐작한다. 이 폭력단은 행인의 스마트폰을 소매치기해 암시장에 내다판다. 주민이 23만 3000명 가까이 되는 이 자치구에서는 그런 사건이 일주일에 50건 정도 발생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2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