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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머리가 비상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2월 호

글·버지니아 모렐  사진·찰리 해밀턴 제임스


고핀관앵무 피가로를 소개한다. 녀석은 판지를 잘라 도구로 만드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쳤다. 그러니 이제부터 새같이 머리가 나쁘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말자.



미국 시애틀의 한 마을에 사는 아메리카까마귀들은 개브리엘라 맨(8)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 소녀에게는 그 사랑을 증명하는 증표가 있다. 개브리엘라(이하 ‘개비’로 표기)가 부엌 조리대 위에 플라스틱 보석함을 놓더니 뚜껑을 연다. 각각의 작은 칸에 는 금 구슬, 진주 귀걸이 한쪽, 나사, 빨간색 블록 장난감 한 조각, 유색 유리조각, 투명한 유리조각, 닭뼈, 조약돌, 수정 등이 들어 있다. 바로 까마귀들이 이 소녀에게 준 보석과 선물이다.


벅 부부가 기르는 레이븐 브랜이 약 30초 만에 끈 끝에 매달린 고기를 얻어냈다.



조금 더럽기는 하지만 모두 진귀한 유물처럼 꼼꼼히 날짜를 붙여 분류해놓았다. 개비는 ‘최초로 가장 좋아하게 된 것’ 두 개를 골라 내가 잘 볼 수 있도록 들어서 보여준다. 하나는 진줏빛 분홍색 하트 모양의 장식이고 다른 하나는 조그만 직사각형 모양의 은 장신구로 한쪽에 ‘최고’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녀석들이 나를 좋아하거든요.” 개비는 새가 신중히 고른 듯한 물건들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새들이 언젠가는 ‘친구’라고 새긴 장신구를 가져다 놓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녀석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장난감이나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이죠. 녀석들은 나를 지켜보고 있거든요. 염탐꾼 같아요.” 소녀는 말한다.



닭은 바람에 깃털이 날리는 것을 싫어하는데 바람이 불어 병아리의 깃털이 날리면 지켜보는 어미 닭의 심박수가 올라간다.



그날 아침에도 까마귀 한 마리가 죽은 큰가시고기 한 마리를 뒷마당으로 가는 계단 위에 놓아뒀다. 아마도 개비의 남동생이 ‘베이비페이스’라고 이름을 지어준 녀석이 한 짓 같은데 녀석의 몸에는 회색 깃털이 점처럼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녀석이 오후에는 다른 것을 가져왔다. 개비가 보기에는 더 그럴싸한 것이었다. 개비는 남동생과 함께 새 모이통을 채우러 뒷마당으로 뛰어갔다. 접시 하나는 껍데기를 까지 않은 땅콩으로 채우고 다른 접시는 개 사료로 채웠다. 까마귀 두 마리가 침엽수림으로 날아들었다. 그중 한 녀석이 베이비페이스였는데 녀석은 부리에 주황색 물건을 물고 있었다. 녀석은 공중에 있는 전선으로 날아가서 개비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더니 물건을 툭 떨어뜨렸다. 물건이 바로 개비의 발 앞에 떨어졌다. “봐요! 장난감이에요!” 이렇게 소리치며 작은 고무 오징어를 들고 좋아서 빙글빙글 도는 개비의 모습을 베이비페이스가 전선 위에서 지켜봤다. “봤죠?녀석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안다니까요.” 개비가 말한다.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야생동물학자 존 마즐러프는 제자들과 함께 이렇게 가면을 쓴 채 까마귀 일곱 마리를 잡아 다리에 표식을 달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2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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