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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장대한 여정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3월 호

글·유디지트 바타차르지  사진·스티븐 윌크스


우리는 철새들의 힘겨운 여정과 이를 방해하는 인간의 행위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뉴질랜드 템스만에서 석양이 지는 가운데 큰뒷부리도요 수십 마리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조수가 밀려오자 녀석들이 긴 부리를 박고 지렁이와 게를 파먹던 갯벌의 부드러운 진흙이 물에 잠긴다.


검은눈썹앨버트로스와 남부바위뛰기펭귄포클랜드제도 스티플제이슨섬



녀석들은 먹이 활동을 멈추고 물가로 나간다. 하늘이 주황빛으로 변하자 녀석들은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한다.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쉬는 모습 때문에 녀석들이 텃새처럼 보일 수도 있다.


캐나다두루미미국 네브래스카주 로 조류보호구역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새들은 6개월 전 멀리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이곳까지 날아오는 대장정을 마쳤다. 놀랍게도 녀석들은 도중에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녀석들은 8~9일 동안 줄곧 날갯짓을 하며 약 1만 1500km를 날아왔다. 이는 지구를 4분의 1 바퀴 도는 것보다 더 긴 거리다.




캐나다두루미 한 쌍이 미국 뉴멕시코주 보스크 델 아파치 국립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짝짓기 춤을 추고 있다.



큰뒷부리도요는 이곳에 도착했을 때 몹시 꾀죄죄하고 여윈 상태였다. 지금은 여름 번식지인 알래스카주로 돌아가려고 살을 찌웠다. 녀석들은 약 1만km를 날아 황해로 가서 한국과 북한, 중국의 해안에서 약 6주 동안 머물며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 뒤 6500km를 더 날아갈 것이다.


큰뒷부리도요는 수천 년 동안 이렇게 이동해왔지만 그 여정이 분명히 드러난 것은 불과 수십 년밖에 안됐다. 철새의 이동은 수백 년 동안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는데 새로운 과학적 발견으로 그 신비가 벗겨지고 있다. 동시에 과학자들은 인간의 활동과 기후변화가 어떻게 이 오래된 철새들의 여행을 방해하고 녀석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밝혀내고 있다.


홍부리황새는 높은 곳에 둥지를 튼다.



뉴질랜드에서 큰뒷부리도요가 몇 개월의 번식기 동안 자취를 감추는 탓에 마오리족은 녀석들을 신비한 새로 여겼다. 1970년대 무렵 조류 관찰자들과 생물학자들은 뉴질랜드의 큰뒷부리도요가 알래스카주에 둥지를 트는 큰뒷부리도요와 같은 새가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2007년이 돼서야 과학자들은 이 새들의 이동 경로를 밝혀낼 수 있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3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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