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6년 10월 호
글·신시아 고니 사진·데이비드 구텐펠더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쿠바는 냉전 시대의 적국이던 미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낙관적이면서도 조심스럽게 대비하고 있다.
처음 쿠바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월요일 아침 일출 직후였다. 섬나라인 쿠바는 동서의 거리가 1300km다. 잠시 수평선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분홍빛 하늘을 배경으로 능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침내 둥근 지붕들이 보였다.
우리가 탄 유람선의 맨 꼭대기 층에 있는 갑판은 방송국 취재진들로 붐볐고 나머지 사람들은 밑의 층 갑판 난간에 모여 있었다. 누군가가 조그마한 쿠바 국기와 미국 성조기를 나눠줬다. 우리는 이제 말레콘을 볼 수 있었다. 말레콘은 방파제이자 쿠바 사람들이 비좁은 집에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용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더운 저녁이면 쿠바 사람들은 항상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지금은 오전 9시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각자 깃발을 높이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쿠바 사람들이 이 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일요일 오후 미국 마이애미를 출발할 때만 해도 거의 40년 만에 쿠바의 항구에 닻을 내리는 미국의 유람선이 반 카스트로 감정을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아바나에는 축제 분위기가 가득했다. 우리가 아바나의 정박장으로 들어섰을 때 환전소 직원과 나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스페인어로 소리를 쳐야 할 정도였다.
“여기는 항상 이렇게 시끄러운가요?” 내가 외치자 환전소 직원이 되물었다. “네?” “드럼이랑 음악이랑 무용수들 말이에요. 유람선이 들어오면 항상 이렇게 환영하나요?” “뭐라고요?” 그 직원은 나에게 펜을 건넸다. 나는 영수증 뒷면에 이렇게 썼다. “미국인들을 위한 특별한 환영 행사인가요?” 그녀는 유감이라는 듯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 무용수들은 하이힐을 신고 쿠바 국기가 그려진 수영복을 입은 채 머리에 커다란 은색 별 장식을 붙이고 있었다. 우리는 그중 두 명이 배에서 내리는 반바지 차림의 남성 승객에게 바싹 다가가 활짝 웃으며 자세를 취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환전소 직원은 잠시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시선을 떨구며 계속해서 돈을 셌다. 쿠바 국기가 그려진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사진은 아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갈 것이고 많은 문제들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친구, 여기 와서 가운데에 앉아요.” 하비에르와 리디아가 권했다. 그들은 아바나의 허름한 건물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리디아는 ‘역사적인 배’가 도착한다는 얘기가 뉴스에 너무 많이 나와서 직접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에 와본 것이다. 그들은 낚싯줄과 미끼를 가져와 붐비는 방파제 위에서 낚싯대를 내리고 나란히 앉아 정박한 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조금씩 움직여 내게 자리를 내줬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6년 10월 호 내용 중]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전자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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