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출신의 새로운 유럽인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6년 10월 호

글·로버트 쿤직 사진·로빈 해먼드


최근 대규모 난민 사태로 계속해서 유럽의 정치판이 시끄럽고 관용 정신이 시험대에 오르며 문화 정체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수십만 명이 추가로 유럽에 유입됐다.


당신이 유럽인, 특히 독일인이라면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다른 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그 정체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두고 일년 동안 공개적으로 격론을 벌여왔을 것이다. 중동 출신 난민의 유입을 둘러싼 긴장감은 2015년 8월 말 극에 달했다. 오스트리아에서 난민 71명이 밀입국업자에게 버려진 후 트럭 안에 갇혀 숨진 채 발견됐다. 신나치 폭도들이 독일 드레스덴 인근에 있는 하이데나우의 한 난민 쉼터 밖에서 경찰을 공격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들에게 지지를 표명하려고 그 쉼터를 방문하자 성난 시위대가 “우리가 국민이다!”라고 외치며 그녀를 맞이했다. 총리는 ‘창녀’, ‘미련한 계집’, ‘인민의 배신자’ 등으로 불렸다.


MM8472_160219_026855.png 작가인 파트리시아 파티마 후이시의 어머니는 프랑스인이고 아버지는 알제리 독립군 지도자였다. 그녀는 인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살았다.


닷새 뒤인 8월 31일 메르켈은 베를린에서 연례 하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시각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행 열차에 몰려들고 있었다. 평소대로 메르켈은 동요하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2015년에 난민 80만 명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독일 헌법이 정치적 망명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제1조의 내용이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언론에 상기시켰다. 그리고 실제로 더 많은 독일인들이 돌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기보다는 그런 조항을 이행하며 난민들을 돕고 있었다. “독일은 강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뤄냈습니다. 이 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메르켈은 말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말이 언젠가 그녀의 묘비에 새겨질지도 모른다. 그동안 독일은 이런 구호 덕분에 세계 무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이민 인구는 출생 인구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2015년에 세계의 이민 인구, 곧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인구는 2억 4400만 명이었다. 출생 국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난민의 수도 2100만 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았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잦아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난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유럽으로 이어지는 난민 사태를 촉발한 시리아 내전도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MM8472_160312_046937.png “우리는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고 이곳 사람들도 우리를 환영해줬어요.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베드 모함메드 알 하데르(88)는 말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6년 10월 호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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