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존재에게 밥주는 행위 처벌하는 것은 관리 실패 책임 시민에 전가
거리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까?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거리의 골치덩이가 된지 오래다. 더러운데다가 나쁜 병균을 옮긴다는 이유, 시민들이 걸어가는데 갑자기 날아올라 비명을 지르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공원이나 거리 곳곳에서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자 말라"는 지자체 현수막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지난 2023년 12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야생생물법)'이 통과된 이후부터 등장했다.
비둘기에게 먹이주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 부과...야생생물법에 따른 지자체 조례에 따른 것
지자체장이 비둘기 등 도시 야생동물 먹이주기 금지 조례를 제정해 시행할 수 있게 되자 적지않은 지자체들이 유해야생동물에게 먹이 주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 금액도 최대 100만원에 이른다.
비둘기 외에도 참새, 까치,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등과 꿩,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두더지, 쥐류 및 오리류, 맹수 등도 포함된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공원 33곳, 광장 4곳, 문화재보호구역 1곳 등 총 38곳을 지정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했다. 한강공원, 서울숲, 북서울꿈의숲, 광화문광장, 여의도광장 등 시민들이 자주 찾는 장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조례가 위헌이라며 동물권단체케어, 한국동물보호연합, 승리와평화의비둘기를위한시민모임 등 동물·시민단체들이 지난달 2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눈길을 끈다. 헌법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과잉금지 원칙 침해라는 주장이다.
동물·시민단체들은 이런 조례들이 개체 수 조절이 아니라 굶겨 죽이기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먹이 공급을 차단한다고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먹이를 잃은 비둘기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도시 위생 문제와 민원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동물·시민단체들 "개체 수 조절이 아니라 굶겨 죽이기 정책이다"...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제기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해외 여러 국가는 비둘기 불임 먹이 정책을 통해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개체 수 조절에 성공했다면서 "실제 스페인에서는 불임 먹이 도입 후 비둘기 개체 수가 약 55% 감소했고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시에서는 불임 사료 급여로 개체 수가 약 50%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비둘기들이 1980년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가 행사 당시 대량 방사된 이후 도시 환경에 적응해 살아온 도시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면서 그 이후 비둘기를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먹이 주기 금지와 과태료 부과라는 잔인하고 비과학적인 방식만을 선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각각 3천마리가 방사됐고 1985년부터 2000년까지 각종 행사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가 자주 열렸다. 천적이 없는 도시에서 비둘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싱가폴은 나라 전체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 우리나라 돈 약 1천만원 수준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도 먹이 제공·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고 있고 스위스는 먹이 주기를 금지하고 번식 방지를 위해 비둘기집의 알을 모조 알로 교체한다. 캐나다는 천적인 매를 사육·방사하고 공포탄을 사용해 비둘기를 쫓고 있다. 우리나라만 금지하는 것은 일단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해외의 많은 국가가 전면 금지와 처벌이 아니라 관리와 공존, 행정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데 관리 실패의 책임은 행정에 있으면서 그 부담과 책임을 시민의 연민에 떠넘기는 것이 우리나라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캠페이너는 지난달 2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자리에서 "배고픈 존재에게 밥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지 말 것을. 연민을 범죄로 만들지 말 것을. 공존의 문제를 금지와 혐오로 해결하려는 이 조례를 멈출 것을 헌법재판소에 요구한다. 오늘 우리가 비둘기에게 주는 밥 한 줌은 이 사회가 아직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 증거를, 법으로 지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거리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과태를 부과하는 것은 과연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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