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첫날, 초등학생 딸이 먼저 본 아빠의 해고통보서

GM부품물류지회 하청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12일 오전 기자회견

by 이영일

시민사회단체가 2025년 마지막날 한국GM이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 120명을 집단 해고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GM부품물류지회 공동대책위원회와 종교·법률·인권·시민사회단체는 1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노조할 권리가 무참하게 짓밟혔다"며 집단해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해고를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한국GM에 고용 승계를 권고하고 부당노동행위 조사 등 관리 감독에 나섰지만 안이한 행정으로 집단해고까지 이어졌다"며 사측과 노동부를 함께 규탄했다.


"집단해고된 노동자들의 요구는 노동조합할 권리와 단체 교섭뿐이었다"


IE003569845_STD.jpg ▲송기훈 목사는 "새해 첫날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의 온도가 식기도 전에 어떤 노동자 집에서는 그 통지서를 초등학생 딸이 먼저 읽어버렸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 이영일


GM부품물류지회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12월 31일자로 하청업체 우진물류와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선지현 GM부품물류지회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집단해고된 노동자들의 요구는 노동조합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하는 것뿐이었다. 이들의 소망은 단체 교섭뿐이었다. 단체협약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면서 차별은 개선하고 불법을 바로잡고 싶었던 것인데 GM은 이것을 완전히 거부하고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노조법 개정안 시행 2개월여를 앞두고 120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했던건데 대부분의 조항에서 우진물류 측과 합의를 이루었지만 노동조합의 사무실을 보장하는 문제, 임금을 인상하는 문제는 원청(한국GM)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GM이 직접 나서서 '진짜 사장이 왔다'(하청업체인 우진물류와의 교섭은 의미가 없다)며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한 주 만에 그 약속은 해고로 돌아왔다"고 규탄했다.


지난해 7월 임금협상 위해 노조 결성... 하청노동자 120명 전원 집단해고


노조법 2·3조 개정의 취지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노동부가 하청노조와 원청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 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통해, 법의 개정 취지를 훼손하고 사용자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보장해 주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비판 사유다.


이들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도 고용승계가 원칙이라고 말했고 GM도 '협력업체를 포함해 모든 자동차 산업의 윤리 역량을 준수하고 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하청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은 하청업체 우진물류와 약 20년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하도급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동안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온 우진물류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이 매년 승계돼 왔다. 그런데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 임금협상 등을 위해 노조를 결성하자 한국GM은 지난해 12월 31일 하청노동자 120명을 전원 집단해고 했다.


송기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소속 목사는 "새해 첫날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 식사의 온도가 식기도 전에 120명의 한국GM 세종물류센터 하청 노동자들은 해고 통지서를 받아야 했다. 어떤 노동자 집에서는 그 통지서를 초등학생 딸이 먼저 읽어버렸다. 새해 인사 대신에 아이의 눈앞에 놓인 것은 아버지의 일터가 끝났다라는 통보였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송 목사는 "이들은 생산이 끊기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기업의 시간을 지켜오며 기본급 158만 원을 받고 있었지만 새해 첫날 돌아온 것은 집단 해고였다"며 "공적 자금으로 연명해 온 이 기업이 위기의 책임을 가장 약한 이들에게 떠넘긴다면 그것은 경영이 아니라 약탈이고 구조조정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배신"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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