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고철 팔아 모은 성금 기부한 인천 쪽방촌 주민들

18년동안 이어진 기부, 선행은 여유 있을 때 하는것이라는 통념 깨

by 이영일
THTHTH.jpg ▲인천 내일을여는집(인천쪽방상담소) 관계자와 쪽방주민 대표 등이 모금함을 개봉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인천 쪽방촌 주민들이 생활비를 아끼고 폐지를 팔아 십시일반 모은 지폐와 동전을 불우이웃 성금으로 기부해 사람들에게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알고보니 벌써 18년째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인천쪽방상담소)은 인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 주민과 무료급식소·노숙인쉼터 이용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 292만 6,240원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7일 전달했다. 실제 모금에 참여한 쪽방 주민 대표도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을 방문해 따뜻한 정성을 전했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은 1998년 실직자 가정과 노숙인을 돕기 위해 해인교회가 설립했다. 이후 무료급식(푸드뱅크), 쪽방상담소, 교육, 일자리 제공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폐지 모아 팔거나 볼펜 조립 등으로 모은 돈을 불우이웃 성금으로 내놔...18년째 이어지고 있는 기부


쪽방촌 주민들은 자신들도 없는 처지이지만 자활공동작업장이 문을 연 2008년부터 벌써 18년째 생활비를 아끼고 폐지를 모아 팔거나 볼펜 조립 등으로 모은 돈을 불우이웃 성금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인데도 역대 최고 모금액을 기록했다. 2008년 첫 기부 이후 18년간 누적된 성금은 3,024만1,690원이다.


18년째 꾸준히 모금에 참여해온 괭이부리마을 주민 대표 권영자씨는 “몸이 불편한데도 1년 동안 폐지를 주워 모은 돈을 기부하신 분들도 있다. 우리도 그동안 다른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왔기에 미약하지만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준모 인천내일을여는집 이사장(해인교회 목사)은 “매년 이 성금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쪽방 주민들에게는 큰 의미가 된다. 누군가를 돕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부심이 나눔을 18년 동안 이어오게 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마음이 또 다른 이웃에게 따뜻하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18년동안 이어진 기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선행이라는 통념 정면으로 뒤집어

223252_225138_5313.jpg ▲인천내일을여는집(인천쪽방상담소) 관계자와 쪽방주민 대표 등이 이성도 사랑의열매 모금사업본부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주민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고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 무려 18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이들의 기부는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선행’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누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쉽지 않은 삶 속에서도 누군가의 더 깊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선택을 해온 쪽방촌 주민들의 손에 쥐어진 동전 하나, 구겨진 지폐 한 장에는 연민과 연대, 그리고 존엄이 함께 담겨 있다.


우리는 흔히 기부를 거창한 일로 생각한다. 큰돈을 내야 의미가 있고 유명인이 해야 주목받는다고 여긴다. 하지만 인천 쪽방촌의 18년은 말해준다. 기부의 본질은 액수가 아니라 마음이며 지속성이다. 작은 나눔이 쌓여 오랜 시간이 흐를 때 그것은 개인의 선행을 넘어 공동체의 문화가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나눔이 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다. “나는 가난하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인식은 경쟁과 각자도생에 익숙해진 사회에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는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제도와 행정의 영역에만 맡겨두고 있지는 않은가.


기부와 나눔의 문화는 특정 계층의 미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의 형편 안에서 참여할 수 있을 때, 그것은 진짜 문화가 된다. 커피 한 잔을 줄여 기부할 수도 있고 시간을 내어 봉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 중 일부를 사회와 나눈다’는 감각을 일상 속에 심는 일이다.


나눔은 여유의 결과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는 힘이다. 이제 그 힘을 확산시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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