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임신중지 유죄 판결에 정부 책임 촉구

‘낙태죄’ 효력 상실 이후의 혼란… 국제앰네스티, 모자보건법 개정 촉구

by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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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최근 ‘후기 임신중지’ 사건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필수 의료서비스 접근 보장 책임을 강하게 제기했다.


사라 브룩스 Sarah Brooks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사무소 부국장은 4일 성명을 통해 “임신중지는 범죄가 아니다.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보장되어야 할 필수 의료 서비스이자 기본적인 인권”이라며 “이번 판결은 임신중지 권리를 둘러싼 법·제도적 공백 속에서 한국의 여성들과 의료진이 처한 위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브룩스 부국장은 특히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회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모자보건법 개정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임신한 여성들의 필수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명확한 규제와 보호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임신한 여성과 의료진이 착취적인 비공식 의료 체계로 내몰리거나 권리 향유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필수 의료서비스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임신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존엄과 권리는 안전한 임신중지 관련 법과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모자보건법을 조속히 개정하고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원 판결과 수사 경과

225559_227665_4243.jpg ▲2024년 6월, 기저 질환으로 임신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20대 여성은 임신 34~36주 시점에 인천 소재 산부인과에서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 pixabay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해당 시술을 시행한 의사는 징역 4년을, 병원장은 징역 6년과 벌금 15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앞서 2024년 6월, 기저 질환으로 임신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20대 여성은 임신 34~36주 시점에 인천 소재 산부인과에서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 여성은 임신중지 과정과 심경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기록해 유튜브에 게시했고, 영상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사건 조사를 의뢰하며 엄정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2026년 1월 검찰은 여성과 집도의, 병원장, 브로커 등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여성과 집도의에게 각각 징역 6년, 병원장에게 징역 10년, 브로커 2명에게는 각각 징역 3년과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낙태죄’ 효력 상실 이후의 공백


2019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기한 내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임신중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의료 제공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채 제도적 공백 상태가 지속돼 왔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판결이 이러한 공백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형사처벌 여부와 의료 접근성, 재생산 권리 보장 문제는 다시 한 번 입법 공백과 국가 책임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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