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개 동물 단체, 반려동물 부처 이관 촉구

“반려동물은 물건 아니다”…부처 이관 요구에 정부 선택은?

by 이영일
RRTHTHT.jpg ▲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반려동물 업무 이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반려동물은 가족이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관련 업무를 성평등가족부로 이관하고 동물보호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독립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9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려동물은 더 이상 가축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현행 동물정책 체계의 전면 재설계를 요구했다.


대통령 문제 제기 이후 본격화된 ‘소관 부처’ 논쟁


이런 주장은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반려동물 소관 부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반려동물이 축산 가축의 개념이 아니라면 소관 부처도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며 관련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국민이 원한다면 해야 한다”고 답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도 “현재는 동물로 규정돼 물건처럼 다뤄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정책적 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총리는 반려동물 정책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대통령은 국무총리에게 부처 간 조정을 주문했다.


이후 2월 20일 국무조정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반려동물 정책 담당 부처를 3월 중 간담회와 TF 회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며 사회적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체계의 구조적 한계는?


현재 동물 관련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법과 반려동물·농장동물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은 환경 부처, 수생동물은 해양수산 부처, 실험동물은 보건복지 분야 등으로 분산돼 있다.

225562_227669_2225.jpg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반려동물은 가족입니다’ ‘반려동물 가족부로 이관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로 인해 ▲업무 중복 ▲책임 소재 불명확 ▲이해충돌 가능성 ▲동물복지 행정의 소극성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농식품부가 축산 산업 진흥과 동물복지 정책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는 정책 목표 간 긴장을 낳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물 단체들은 “축산 중심 행정 체계에서는 반려동물·실험동물·전시동물 등 다양한 영역의 복지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반려동물을 ‘가족’ 범주로 재정의해 성평등·가족 정책의 연장선에서 다루자는 접근이다. 국내 반려인구가 1,500만 명을 넘고 3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책적 위상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둘째, 반려동물에 국한하지 않고 농장·실험·야생·수생동물 등 모든 동물 정책을 통합 관리할 독립적 ‘동물복지 전담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부처 간 분산 구조를 해소하고 동물복지를 독립 정책 영역으로 격상하자는 취지다.


정책 결정의 변수는?


전문가들은 부처 이관이 단순한 상징 조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법률 개정 ▲예산 재배치 ▲전문 인력 확보 ▲지방자치단체와의 역할 조정 등 종합적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반려동물 정책을 가족 정책 영역으로 편입할 경우 기존 가족정책의 범위와 철학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반면 통합 전담기구 설치는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새로운 조직 신설에 따른 비용과 권한 조정 문제를 수반한다.


국무조정실이 3월 중 부처 조정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번 논의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동물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가치 체계로 보호할 것인가를 묻는 정책 전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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