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개 단체, 호르무즈 파병 거부 '시국선언'

전국 각계 660개 단체, 개인 1,715명 시국선언 참여

by 이영일
AKR20260318066100004_01_i_org.jpg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 사태에 관한 각계 공동 시국선언. 연합뉴스

1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계단. 중동 전쟁 확산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전쟁 중단과 파병 거부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전국 660개 단체와 개인 1,715명이 이름을 올린 이번 선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불법적 침략전쟁”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권·노동·종교·평화단체를 비롯해 각계 인사와 정당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군사행동이 중동 전역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며 즉각적인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전쟁으로는 정의도 평화도 만들 수 없다”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폭격 속에서 희생된 어린이와 민간인의 죽음은 통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였다. 어떤 전쟁도 이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력으로는 평화를 만들 수 없다. 대한민국은 어떤 형태로도 전쟁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초래하는 민간인 피해와 국제질서 붕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이번 공격은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모두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대한민국은 헌법과 국제법에 따라 이러한 전쟁에 가담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226462_228647_5529.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한국 등을 재차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연합뉴스


논란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는 강경한 반대 입장이 쏟아졌다.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군함 파견은 학살전쟁 참여와 다름없다”며 “이는 헌법이 명시한 ‘항구적 세계평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태호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청해부대 파견을 우회적으로 활용하는 ‘꼼수 파병’은 헌법에 반한다. 정당성도 실효성도 없는 전쟁에 우리 군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정책위 의장은 “불법 전쟁에는 검토가 아니라 거부만 있을 뿐”이라며 “파병에 응하는 순간 우리 역시 불법행위의 공범이 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 또한 “대한민국은 전쟁의 공범이 아니라 평화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청년을 전쟁터로 보낼 수 없다”


파병이 가져올 직접적 피해에 대한 우려도 강하게 제기됐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며 “우리 청년들을 전쟁의 한복판으로 보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파병은 경제위기, 외교 고립, 테러 위협까지 불러올 것”이라며 정부의 명확한 거부를 촉구했다.

226462_228648_5621.jpg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7일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해협 함정 파병에 관한 공식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파병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선택”이라며 “그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쟁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는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라며 “군사주의는 폭력과 인권침해를 낳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평화는 군사력이 아니라 외교와 협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역시 “폭탄으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며 “외부의 군사개입은 오히려 독재를 강화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심 질서 비판…주권과 평화 선택해야”


일부 발언은 국제정치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확장됐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이번 전쟁은 세계 군사·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침략전쟁”이라며 “한국이 군사 후방기지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미국의 전쟁이 세계 경제와 민생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동맹을 이유로 전쟁에 끌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전쟁에 가담하는 순간 전범국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며 “노동자들은 전쟁과 파병에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시국선언문 공동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침략을 즉각 중단하라”며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전쟁을 멈추고 평화적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주권자 시민의 힘으로 파병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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