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정치개혁 등 9대 과제” 발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치 구조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촉구하며 전국 단위 행동에 돌입했다.
경실련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정치 개혁과 자치분권운동본부’ 출범을 선언했다. 이날 회견에는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김동원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노건형 전국 지방경실련협의회 위원장, 허종호 광명경실련 사무처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지방선거, 중앙정치 대리전…구조적 문제 심각”
경실련은 현재 지방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중앙정치 예속을 지목했다. 김동원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은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인의 경력 발판으로 활용되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정당 간 실질적 경쟁이 사라지고 공천 비리까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특정 정당 독점 구조 속에서 경쟁이 약화되며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거대 양당이 대부분 의석을 차지했다. 무투표 당선자 역시 2018년 89명에서 2022년 490명으로 급증했다. 경실련은 “2인 선거구 구조가 경쟁을 차단하고 사실상 선거 없는 당선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지방정치 개혁의 출발점으로 선거제도와 공천제도 개편도 제시했다. 핵심 요구는 ▲지방의회 비례대표 비율 20~30% 확대 ▲2인 선거구 폐지 및 3~5인 중대선거구제 확대 ▲지역정당 설립 허용 등이다. 현행 정당법이 지역정당 설립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어 정치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 ▲무투표 당선 폐지 및 찬반투표 도입 ▲공천 심사 과정 공개 ▲국회의원의 지역위원장 겸직 금지 등 밀실 공천 차단도 요구했다. 경실련은 “공천권을 둘러싼 부패는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민참여 ‘유명무실’…“진입장벽 대폭 낮춰야”
주민자치 분야에서는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작동하지 않는 ‘형식적 민주주의’가 문제로 지적됐다. 허종호 광명경실련 사무처장은 “주민소환·주민투표·주민조례 발안 등 참여 제도가 있지만 청구 요건이 지나치게 높아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하다”며 “주민 참여 기회 자체가 차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민참여 3법 청구 요건 완화 ▲전자서명 활성화 ▲주민감사 및 주민소송 요건 완화 ▲감사청구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경실련은 “지방정부 권한 강화와 함께 주민의 견제 권한도 동시에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는 ‘껍데기 분권’ 비판이 제기됐다. 노건형 위원장(수원경실련 사무처장)은 “복지 등 사무는 지방으로 넘기면서 재정은 주지 않는 구조는 사실상 책임 떠넘기기”라며 “재정 없는 분권은 가짜”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75:25)을 조정하고 지방의 과세 자주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의회 사무처 인사권 독립 ▲지방의회법 제정 ▲포괄적 자치입법권 보장 ▲특별교부세 폐지 및 일반교부세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감사 체계 역시 문제로 꼽혔다. 경실련은 “지자체 감사기구가 단체장 산하에 있어 제대로 된 견제가 불가능하다”며 독립적 감사기구와 시민 참여형 감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행정통합 비판…“20조 지원 미끼로 선거 이용”
최근 정치권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행정통합에 20조 원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역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정치권 주도로 추진되는 것은 사실상 선거용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주민투표 없는 행정통합 반대 ▲예타 면제·그린벨트 해제 등 특례 남용 금지 ▲특별시·특례시 남발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례 남발은 균형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개발 정책에 대해서는 ‘토건 중심 정치’가 지방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팀장은 “신도시·산단 개발은 공공이 토지를 수용하고 민간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라며 “구도심 공동화와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무분별한 신도시·산단 개발 공약 중단 ▲공공택지 민간 매각 금지 ▲개발이익 공공환수 강화 ▲원주민 보호 대책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또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정치, 주민에게 돌려줘야”…전국 운동 예고
경실련은 향후 중앙당과 시·도당에 개혁안을 전달하고 지방분권 개헌 및 제도 개선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에서 경실련은 “지방정치는 여전히 중앙정치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했다”며 “기득권에 포획된 지방권력을 주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시민운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제 개혁, 주민참여 확대, 실질적 분권, 토건 공약 심판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를 전환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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