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호머 헐버트 박사 73주기 추모식에 배달된 한문 조화 빈축
한국인보다 더 한글을 사랑한 독립운동가 故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박사. (1863~1949)
1886년 조선 후기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에 감리교 선교사이자 교사로 부임한 이후 한글을 접했다. 한글의 우수성을 느낀 그는 한글을 적극적으로 공부해 4년여만에 최초의 한글 인문지리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출간한다.
세계 최초로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이해하기 쉬운, 가장 완벽한 문자(the most perfect because the most simple and comprehensive alphabet that can be found)"라고 강조했던 그는 “한글로 교육하여야 모든 백성의 지식이 넓어져 반상타파와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글 사용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지금의 한글 띄어쓰기도 그의 공적이 컸다.
헐버트 박사 73주기 추모식에 한자로 된 조화, 참가자들 탄식
그런 헐버트 박사 73주기를 맞아 8월 31일(수) 오후 3시, 그의 무덤이 있는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서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주최로 추모식이 열렸다. 예년에는 외국인 묘지에 있는 교회에서 수백명이 모여 그를 추모했지만 올해는 야외에서 조촐한 추모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 자리에 놓인 조화하나가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한 보훈단체가 고인을 추모한다며 보낸 조화가 전부 한문으로 적혀 있던 것.
행사에 참여한 이대로(74)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 문화협회 대표는 이 조화를 보고 탄식을 금하지 못했다. 그는 “자기네 나라보다 한국에 묻히기를 원했고 외국인 최초로 건국공로훈장 태극장, 한글학자로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고인의 추모식에 어떻게 저렇게 전부 한문으로 된 조화를 보낼 수 있냐”며 분을 참지 못했다.
이 대표는 또 “한글이 창제된지 570여년이 지났는데도 한국인들이 한글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한글을 잘 쓰면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발전을 주도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또 실천으로 옮긴 고인의 추모식에 소위 지식인이라는 분들이 이렇게 생각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해당 단체를 비판했다.
해단 단체인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의 한 관계자는 “순국선열분들의 추모 행사에 조화를 보내면서 늘 한문으로 조화를 보내왔는데 이번에 헐버트 박사님의 추모식에 조화를 보내면서 미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못한 것 같다. 그 어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헐버트 박사 추모식에 참석한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이렇게 우리나라의 독립과 한글 우수성을 알린 고귀한 분이 아직도 대한민국으로부터 예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3등급 독립장인 건국훈장 훈격을 대한민국장(1등급)으로 하루빨리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승우 서울지방보훈청장도 추모사를 통해 “누구보다 뜨겁게 대한민국을 사랑했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원했던 독립운동가 헐버트 박사께 존경과 추모의 뜻을 바치며, 박사님의 사랑과 헌신은 서거 73주년이 지난 지금은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이어질 먼 훗날까지 숭고한 역사이자 가르침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