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이화여고 앞에서 매일 낮 12시 30분 7개월째 노래와 연주
지난 10월 14일 낮 12시 30분. 정동길 이화여고 앞에서 바이올린과 챌로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시 멈춰 이 연주를 말없이 지켜본다.
이화여자대학교 배일환 교수(관현악과)가 기획하고 음대 연주 봉사 동아리 ‘이화챌리’, ‘이화다움’ 이 주최하는 이 작은 음악회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연주다. 이들의 연주는 주중에 매일 울려 퍼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때까지 연주한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시작은 지난 3월 21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화여대 남자 교수들로 구성된 중창단이 우크라이나 국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며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됐다. 교수님들이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지나가는 시민들도 크게 호응했다.
교수님들의 노래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노래와 함께 연주도 선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에 대한 민감함이 떨어진 상황인데, 그만큼 다치고 죽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연주는 전쟁 발발 당시보다 더 절실하게 들리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올때까지 우리의 노래와 연주는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전쟁 반대’ 피켓을 들고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함께 무대에 섰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 탈북민도 함께 이 평화음악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가히 글자 그대로 ‘평화를 위한’ 음악회인 것이다.
서울시청과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주위의 많은 기업들과 회사들이 밀집한 정동길은 점심시간이면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연주한다는 이들의 모습에 발걸음을 기꺼이 멈춘다.
연주의 마지막은 늘 우크라이나 국가로 마무리된다. 여지없이 박수 소리가 넘쳐난다. 인파들은 연주가 끝나자 흩어지지만 이들의 평화 연주 하모니는 하나로 모아져 바로 옆에 있는 러시아대사관으로 향하는 듯 했다.
장장 7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이 음악회는 이제 정동길의 한 ‘문화’가 된 느낌이다. 이들의 음악회는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낮 12시 30분에 정동길에서 늘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