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지자체의 합작, 잡탕 청소년수련관”

by 이영일

충남 공주시의 청소년들이 최근 공주시의 ‘청소년수련관’ 건립 계획을 두고 크게 화가 나 있습니다. 화가 난 정도라기보다는 극도의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수준이죠. (관련 칼럼 : 공주시, 청소년수련관 지으면서 "미안, 한층만 써 https://brunch.co.kr/@ngo201/17)


공주시에는 청소년수련관이 하나도 없습니다. 청소년들로 구성된 공주시 청소년참여위원회는 몇 년전 공주시에 ‘청소년수련관 건립’ 제안을 하고 공주시도 이에 응했습니다.


청소년 '개무시'하는 지자체


하지만 공주시는 원래 목적이었던 청소년 전용공간이 아니라 어른들도 다수 사용하는 평생교육관, 국민체육센터, 생활문화센터, 작은도서관 6개의 입주 계획을 함께 세웠습니다.

755980_589212_2643.jpg 정종순 공주시의원이 지난 26일, 청소년수련관 건립사업과 관련 공주시를 향해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다. 공주시의회 제공(금강일보에서 발췌)

청소년수련관에는 150인 이상 수용가능한 실내외 집회장, 150m² 이상의 실내체육시설, 2개소 이상의 자치활동실, 특성화수련활동장, 1개소 이상의 상담실, 휴게실, 지도자실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데 이미 청소년수련관으로서의 정상적인 구조가 어려울 판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름에 불을 붙인 건 여기에다 또 신관동행정복지센터를 이전해 끼어 넣는다는 계획이 알려진 이후부터입니다. 4층짜리 건물에 맨꼭대기 한층만 청소년수련관이 될 판국이니 청소년들이 느낀 배신감은 대단했을 것입니다. 속된말로 ‘개무시’하는 모양새이니 말입니다.


정부, 청소년수련관 국비 지원에서 배제하고 지방이양사업으로 돌려


공주시가 청소년수련관 건물에 이같은 어른 이용기관을 집어넣어 일명 복합커뮤니티센터라는 잡탕 수련관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돈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원래 청소년수련관은 국비 지원이 가능했으나 정부가 이를 올해부터 지방이양사업으로 변경하면서 지자체가 전액 충당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이미 정부(여성가족부)는 2018년 8월, 청소년 전용시설을 문화·체육 복합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청소년활동진흥법 시행규칙을 바꿨습니다. 그 이유는 국민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영업·입지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였다고 했었죠. 어이없게.


청소년 주무부처가 청소년 불편부터 생각하지 않고 어른 걱정부터 하는 정신나간 발상을 한 격이었는데 이젠 청소년수련관을 지자체에 떠 넘기고 알아서 지으라는 결과로 공주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았습니다. 이제 다른 곳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380696_425738_5031.jpg 김정섭 공주시장이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수련관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공주시청 제공, 내외뉴스통신에서 발췌)

청소년들의 강력한 집단 반발로 공주시는 행정복지센터 이전을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공주시가 사전에 청소년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기들 마음대로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이것저것 수련관안에 잡탕으로 끼어넣고 예산을 줄이면서 말로는 청소년수련관이라고 하려 한 행정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청소년정책 업무, "여성가족부에서 빼라!"


정부나 지자체나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해 행정에 반영하겠다며 청소년 참여기구를 만들어 놓고 그 의견은 그저 의견으로 치부하거나 토크니즘(Tokenism, 약자 집단에서 한 사람만 대표로 뽑아 구색을 갖추는 행위)으로 악용하면 안됩니다.


청소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도 청소년정책에 대해 무능하고 안이해 차라리 청소년 업무를 다른 부처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자칭 청소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지자체의 합작으로 우리나라 청소년 전용공간인 청소년수련관은 완전 잡탕식 수련관으로 변해 가는 중입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가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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