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소년단체들 “괴상하고 구시대적인 조례같지도 않은 조례” 성토
서울시의회가 '‘성관계는 혼인 관계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서울시교육청에 검토해 달라고 한 것을 두고 ‘어이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희 전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진1)에 따르면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위원이 서울시교육청에 검토를 맡긴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내용중에 ‘성관계는 혼인 관계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5일 서울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로부터 의견조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서울 관내 초·중·고 교원들이 볼 수 있는 업무 시스템에 조례안 등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게시했다.
전 의원은 이 조례안을 두고 “같은 동료 의원으로서 창피하기 짝이 없다”며 “교육청 조례에 성관계를 규정짓는 이런 몰상식한 행동이 어디있냐”고 맹비난했다.
해당 조례는 학생, 교직원, 보호자가 성⦁생명윤리를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여 학생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기여한다는 보수 성향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교사, 학생 등이 이 성·생명윤리를 위반하면 학교장에게 제보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파장은 만만치 않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30일 성명을 내고 “해당 조례안은 아동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구태와 구습을 옹호하며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교육이며, 우리 사회의 성범죄와 성차별이 발생하는 구조와 원인, 실제 교실에서 벌어지는 여성 혐오와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왜곡된 성의식과 미디어등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아동, 청소년에게 필요한 올바른 성교육을 가로막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고 파렴치하다”고 맹비난했다.
전교조는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과 기본적인 인권에 의해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처사”라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판례와 성적 자기결정권의 정의에 따르면,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각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교조는 해당 조례안이 “순결과 정조를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있는 내용”이라고 어이없어했다.
서울교사노조도 "해당 조례안은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장 교원들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며 "헌법을 침해하는 괴상한 해당 조례안을 당장 폐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의 한 관계자는 “해당 조례안은 조례가 담을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은 무작위적 내용으로 혼전 성관계가 불법도 아닌 상황에서 이를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 적용하려는 것은 학생 인권 침해 소지도 높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은 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조례안은 의원 발의가 아니라 외부 민원 형식으로 서울시의회에 제안된 안건"이라며 "통상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일반 시민등이 '안건의 제안을 요청'하는 민원을 내면 그 내용의 적절성이나 법리적 쟁점 여부 등을 떠나 전문위원실 차원에서 조례안 전반에 대한 검토를 시행한다”며 의견을 물은 것이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전문위원실은 “서울시교육청이 통상적인 부서 간 내부협의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마치 동 조례안의 제정이 입법화되는 양 민의를 호도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더욱이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조례안이 상시적으로 서울시교육청과 의견 조회가 이루어져 성안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일부 조례안에 대해서만 호도한 해당 부서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또 나오고 있다. 교육전문위원실, 즉, 서울시의회 공무원들이 서울시교육청 공무원들에게 ‘경고’를 한다는 표현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보수단체가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수 종교·학부모단체들이 ‘남성과 여성은 혼인안에서만 성관계해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내용을 보수 정당 시의원을 통해 학교에 전파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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