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현장실습 제도 개선 방안 마련하라고 교육부장관에게 권고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 인권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20일, 현장실습 관련 법령의 법규성 확보 및 중·장기적 기본계획 수립을 비롯해 실태조사를 개선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장관에게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교육부·17개 시도교육청 현장실습 매뉴얼, 행정 매뉴얼에 가까워
인권위는 "미성년자인 특성화고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현장실습생을 받는 중에 사고 예방과 안전 확보, 권익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자 중대한 책무임에도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의 현장실습 운영 공통 매뉴얼이 학생 안전과 권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각급학교 담당자들의 행정 매뉴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 관련 조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서울을 비롯해 12개 시·도에 현장실습생 권익보호를 위한 조례가 있지만 모두 제각각이고 나머지 시·도는 아예 관련 규정도 없다며 표준화된 운영기준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실시하는 현장실습 실태조사 항목이나 조사 방법이 다 제각각이어서 데이터를 통일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신뢰성이 높은 전국 단위 데이터를 구축해 실태조사 후 그 결과를 공개할 것과 그 결과를 토대로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이 협의해 미비한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라고 권고했다.
현장실습,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그동안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0월,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홍아무개군은 현장실습 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잠수 작업을 하다 숨졌다. 당시 홍군은 잠수 자격증도 없었고 현장실습 업무도 아니었지만 홍군에게 12kg 중량납 벨트를 차고 물에 들어가게 해 익사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은 청소년 실습생들에게 배움과 기술을 제공하기보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의 조기취업률을 높이고 청소년을 이용해 값싼 노동력으로 안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부리는 업자들에게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나라는 특성화고 3학년(약 16~17세)을 대상으로 현장실습 제도와 마이스터고 2~3학년(약 16~18세)을 대상으로 하는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장실습은 인턴십 체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형태이고 일·학습병행은 우선 채용 후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형태다.
그런데 이 제도 모두 국제 규약을 위반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두 청소년 관련 노동제도가 18세 미만 청소년을 위험한 노동에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ILO 138호 협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인권위가 현장실습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직업교육바로세우기 현장실습 폐지 공동행동, 한국청소년정책연대 등은 현장실습생이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그 보호와 권익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장실습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