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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살해 후 자살은 '살인'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자녀 살해 후 자살' 국가적 대응 촉구

by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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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8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남편이 아내와 자녀 3명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해 5월 2일 서울 노원구에서 30대 남편이 아내를 살해 후 출산한지 1년도 안 된 아이를 안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고 지난해 1월에는 충남 태안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부부가 9살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올해 지난 3월 10일에도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40대 아빠 A씨는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고 집에서는 부인과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국가 차원의 공식 통계 구축 필요성 제기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부터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충동적 범행 등 그 사유는 다양하다.

보건복지부 '2023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부모에 의해 '살해 후 자살'로 목숨을 잃은 아동은 23명으로 파악된다. 2019년 9명, 2020년 12명, 2021년 14명으로 계속해 그 숫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 사망 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돼 정확한 통계 집계도 아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1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발생의 원인을 찾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공식 통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정부도 지난해 4월 '아동정책 추진방안' 발표에 주요 사망사건 분석으로 개선 과제 도출 계획을 명시했지만 같은 유형의 사건은 계속 발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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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자녀 살해 후 자살 국가적 대응 촉구


민간 차원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이 2014년도에 '동반자살'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이후 10년 동안 '자녀 살해 후 자살' 문제를 공론화해 오고 있다.


지난해 에는 '들리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 웹페이지(https://record.sc.or.kr/)를 통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자녀 살해 후 자살 범죄 유형에 해당하는 판결문 102건을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 사건으로 사망한 아동은 66명, 생존한 아동은 81명이다. 희생된 아동 147명 중 73%가 9세 이하고 사건의 76%는 가정에서 발생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 총장은 또 "아동사망검토제도를 도입하고 통계를 구축하며 예방 시스템을 만들고 생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국가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살해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동반자살이 아닌 명백한 살인이자 아동 학대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자녀의 목숨을 부모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의식이 바로 잡히고 국가적 차원에서 우울증을 가진 부모를 조기에 찾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제도 마련 등을 통해 억울하게 살해 당하는 아이들의 죽음을 막아야 할 때다.

https://omn.kr/2cm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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