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상담실 대신 AI 찾는 청소년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96주년 학생의 날을 맞아 설문조사

by 이영일
hyrhy.jpg ▲전교조가 전국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1,5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고등학생 고민과 사회 인식 조사’ 고민 비교 도표.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3일 제96주년 학생의 날을 맞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이 진로·진학(8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청소년의 일상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교조가 전국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1,556명을 대상으로 10월 22일에서 10월 29일까지 실시한 '중고등학생 고민과 사회 인식 조사'에서 진로·진학이 가장 큰 고민이며 이 고민은 중학교 1학년이 65.6%, 고등학교 3학년이 92.8%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불안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5년간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자살·자해 시도를 했던 위기 청소년이 3,000명이 넘는 것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공부 압박을 줄여달라", "고교학점제 폐지", "휴식과 수면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를 요구하며 현재의 사회·교육 체계가 청소년의 삶을 지나치게 옥죄고 있음을 지적했다.


"다 피곤하고 쉬고 싶다"...우리나라 고등학생 마음건강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이 외에도 중학생은 '친구관계(42.2%)'와 '외모(38.4%)'를 중요한 고민으로 꼽은 반면 고등학생은 '마음건강(29.6%)'과 '경제적 문제(29.4%)'를 큰 고민으로 꼽았다.


응답 중에는 "수행평가와 시험, 인간관계와 학원 숙제가 겹쳐 밤을 새우는 날이 많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오해받을까 봐 늘 불안하다", "다 피곤하고 쉬고 싶다"라는 내용도 있어 고등학생의 마음건강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을 알 수 있다.


IE003542824_STD.jpg ▲고민을 주변에서 충분히 공감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71.6%가 ‘공감받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28.4%가 관계적 단절 또는 정서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전교조는 "고민을 주변에서 충분히 공감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71.6%가 '공감받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28.4%가 관계적 단절 또는 정서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학교 안팎의 심리적 안전망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라며 교사·학부모·또래집단 모두에서 경청과 '공감'의 문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학교상담실이나 교사보다 AI와 상담한다"...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줄 학교 여건은 문제 없나


특이한 점은 학생들이 고민이 있을 때 학교상담실 보다는 생성형 AI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상담실 이용률은 5.1%지만 AI 이용률은 15.5%로 3배를 넘었다.


또 교사에게 상담하는 비율은 14.9%로 교사에게 학생상담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전문상담교사 확충 및 학교상담실 접근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교조는 진단했다.


최근 1년 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기관 방문 경험이 있는 학생은 10.2%(도움됨 5.9%+도움 못 받음. 4.3%), 방문 경험은 없지만 '가고 싶었다'는 학생은 23.6%로 나타났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방문하고 싶었다'는 응답이 증가(고1 24.9% → 고3 30.9%)해 이에 따른 적절한 마음건강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입시 스트레스 외에도 강력범죄, 정치적 갈등과 사회분열에도 불안 느껴


이밖에도 중고생들은 불안이나 고민을 느끼는 사회 현상으로 '묻지마·강력범죄'(50.9%)를 많이 꼽았다. 또 '정치적 갈등과 사회분열'(35.0%), '전쟁·국가안보'(32.8%), '기후위기'(31.5%), 성범죄·디지털 성범죄(31.2%)에 대한 불안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이 입시 위주의 교육 스트레스 외에도 일상적 안전 문제와 전쟁·분열 같은 거시적 위협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교조는 밝혔다.


IE003542831_STD.jpg ▲중고생의 70.3%가 입시·진로·성적 등 학업 중심의 사회적 기대를 부담으로 느낀다고 응답했다. ⓒ 전교조


이들은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이 필요하다", "우울증 상담치료 같은 것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를 강조했다. 학생들은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학교, 학폭 조기 발견 체계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며 안전한 학교 환경도 촉구했다.


미래의 불안에 대해서는 "좋은 대학 안 가도 살 수 있는 사회, AI가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는 구조"를 희망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경쟁보다 여유 있고 존중받는 사회를 바라고 있다.


전교조는 경쟁 중심 교육의 전면 개혁과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 강화가 시급하다며 '중·고등학생 삶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다섯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진수영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등학생들의 우울, 불안, 학업 부담 등 정신건강이 이미 위험 수위에 올라와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와 교육체제가 학생들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확대하고, 학교 안팎 통합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고등학생 삶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다섯 가지 정책 방향'


▲ 고교학점제 폐지와 내신 5등급제(상대평가) 재검토 및 절대평가 전환을 통해 과도한 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수행평가·시험 부담 완화와 9시 이후 등교 등으로 학생들의 수면권과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


▲ '1학교 1전문상담교사'를 넘어 학급 수에 비례한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법제화하고, 상담 내용 비밀보장 등 '학생 상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 위기 개입 중심의 상담을 보편적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 교사의 행정 업무 경감과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을 통해 교사가 학생과의 신뢰 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듣고 돌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확보함으로써 1차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학교장은 단위학교 내 폭력의 총괄 책임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전담기구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직접 수립·실행하며, 교사는 학폭 의심 상황에 즉시 개입하고 피해 학생을 신속히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학업 성취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삶과 행복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하고, 예체능·직업체험 등 다양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부모 교육을 의무화해 청소년 발달 이해와 감정 공감, 성공·행복 인식 개선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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