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워만 있지 않아요", 은둔 청소년들의 변화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유스톡 프로젝트, 15명의 청소년에게 소통의 문 열어

by 이영일
3731674250_20251107162945_4752703515.jpg ▲서울시립 목동청소년센터는 지난 11월 1일(토)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유스톡 프로젝트’ 수료식을 가졌다. ⓒ 시립목동청소년센터

은둔·고립 생활을 하던 청소년 15명이 지난 4월 말부터 6개월간 총 48회의 놀이와 체험을 통해 사회적 고립이나 관계 단절을 극복해 냈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일상 속에서 또래 간 소통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서울시립 목동청소년센터는 지난 1일 '서울시 행복동행학교 유스톡 프로젝트' 수료식을 가졌다. 행복동행학교는 은둔·고립, 우울, 불안 등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서울형 청소년 마음건강 회복 모델로, 목동청소년센터는 서남권역을 대표하는 행복동행학교다.


목동청소년센터 직원들, 직접 설득 작업에 나서다


처음엔 모집 자체가 난관이었다고 한다. 홈페이지와 카카오톡을 통해 홍보하고, 학교와 상담센터 등을 통해 소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은둔 청소년 스스로 자발적으로 신청한 경우는 극소수였다. 대신 부모님의 신청으로 마지못해 참가한 청소년이 많았다. 당연히 "안 가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목동청소년센터 행복동행학교 직원들은 한 명, 한 명 직접 전화를 돌렸다. "우리는 이상한 곳이 아니에요"라며 그동안의 활동 사진을 보내 주고, "친구들과 같이 놀고 사귀어 보자"며 꼬득이는 작업이 이어졌다.


순수한 청소년들은 이 아름다운 꼬임(?)에 빠졌다. 15명의 청소년들은 매주 2회씩 행복동행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들의 참여는 계속됐다.


처음에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고 한다. 방 문을 걸어 잠그고 은둔했던 청소년들이 집을 나서는 것 자체가 불안과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빠르게 적응해 갔다.


찾아오는 변화, "이제 누워만 있지 않아요"


IE003546023_STD.jpg ▲시립목동청소년센터 관계자들이 ‘유스톡 프로젝트’ 참가 청소년의 수료를 축하하고 있다. ⓒ 시립목동청소년센터


이경현 시립목동청소년센터 행복동행학교 주임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이 오면 열심히 놀았어요. 그러다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듣고 수업을 진행했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아요"라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두드러진 변화도 나타났다. 이 주임은 "이들끼리 마음이 안 맞으면 그냥 토라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같이 맞춰가려는 노력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면서 관계가 좀 더 깊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어렵게 시작한 관계가 끊기지 않기를 바라는 절실한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부모님들도 이들의 발걸음을 숨죽여 지켜보며 응원했다. 청소년들은 놀이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차츰 웃음을 되찾았다. 표정 없던 얼굴은 어느새 가벼운 미소를 띤 얼굴로 변해갔다.


이경현 주임은 "한 청소년은 예전에 누워만 있었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겁다고 말했어요. 또 다른 청소년은 내년에 스무 살이 되는데, 응원을 많이 받아서 앞으로 뭐든 도전해볼 용기를 얻었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참가자들의 마음을 전했다.


"다시 웃는 네 얼굴을 보니 그동안의 시간이 고맙다"


IE003546024_STD.jpg ▲‘유스톡 프로젝트’ 참가 청소년들이 함께 연습한 곡을 수료식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다. ⓒ 시립목동청소년센터


이번 수료식에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준비한 '유스톡 밴드' 공연도 펼쳐졌다. 9월부터 지금까지 악기를 배우며 연습한 곡들을 선보였다. 이들의 공연을 누구보다 감동적으로 바라본 건 다름 아닌 부모님들이었다.


부모님들은 직접 준비한 응원 편지를 읽으며 자녀의 변화를 함께 축하했다. "다시 웃는 네 얼굴을 보니, 그동안의 시간이 고맙다"는 한 부모의 편지에 수료식 현장은 눈물과 박수로 가득 찼다고 목동청소년센터 측은 전했다.


서울시립 목동청소년센터는 "혼자서는 용기 내기 어려웠던 청소년이 함께였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던 과정이었다"며, 청소년이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넘어 그 곁을 지역사회가 함께 걸어주는 것, 그것이 행복동행학교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료식이 끝났음에도 이들은 헤어지지 않고 12월까지 관계를 이어간다. 부모님들과 유관 기관의 요청이 많았다고 한다. 닫힌 방문을 열고 마음의 회복을 통해, 이들이 빛나는 2026년의 시작을 함께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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