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무너져 가는 교실 그냥 두지 않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8일 ‘11.8 전국 교사 결의대회' 개최

by 이영일
KakaoTalk_20251108_145426873.jpg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8일(토)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1.8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정치 기본권 보장과 고교학점제 폐지 등 주요 교육 현안 해소를 통해 ‘학교를 살려야 한다’며 교사들이 대규모로 거리로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8일(토)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1.8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 1천여명은 교권 확보 입법 및 제도 개선과 시민으로서 정치적 권리 보장, 고교학점제 폐지와 고교교육 정상화, 교사정원 확보, 유아 교육 공공성 강화 등을 외치며 “학교를 살리는 교육개혁 쟁취 우리가 하겠다”고 선언했다.


1천여 교사들 “무너져 가는 교실을 그냥 두지 않겠다”


이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처장, 김상미 제주지부 사무처장, 박현경 충북지부 사무처장, 정진우 울산지부 사무처장, 장미라 광주지부 사무처장이 공동으로 낭독한 대회사에서 전교조는 “교육을 안다면서 교육을 망가뜨리는 정책들, 현장의 절규를 들으면서도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교육부,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할 시·도교육청의 무기력함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무너져 가는 교실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전교조는 구체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8년을 준비했다는 제도라며 왜 3월부터 출결 대란이 벌어졌는지, 왜 지침이 열댓 번이나 바뀌는지, 왜 작은 학교는 개설하지도 못할 과목을 안내하고, 대도시 중심의 교육과정만 살아남는지, 이것은 준비 부족이 아니라 설계 실패”라 규정했다.


교사 정원 감축도 공교육을 거꾸로 돌리는 처사라 비판했다.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교육부의 말과는 달리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서는 더 촘촘한 수업이 필요하고 정서·행동위기 학생은 각 학교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아졌다는 것.


전교조는 “이제 학생 수가 아니라 학급 수로, 실제 수업이 이뤄지는 단위로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소규모 학교 필수정원제, 학급당 학생수 상한제, 이것이 교사들이 반복해서 말해 온 현장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KakaoTalk_20251108_145426873_03.jpg 전교조 지역 사무처장들이 대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악성민원에 대해 교육청의 고발을 의무화하고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


악성민원에 대해 교육청의 고발을 의무화하라는 주장도 내놨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사위원 비율을 높이고 교권보호위원회 조치사항 이행을 의무화하라는 것.


악성민원의 규정을 신설하고 과태료 부과 근거 마련도 촉구했다. 정서적 아동학대의 적용에서 교육활동의 정당한 지도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무고성·보복성 신고자에 대해 무고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라는 것이 전교조 주장의 핵심이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촉구도 이어졌다. 전교조는 “정책은 정치이고 교육정책은 더더욱 정치다. 그런데 그 교육정책의 가장 큰 당사자인 교사가 정치에서 배제돼 있다. 정당 가입 못 하고, 정치 후원 못 하고, 선거 출마는 꿈도 못 꾸는 나라에서 ‘교육 자치는 현장에서’라는 말은 허울일 뿐”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유보통합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교조는 “이는 국공립과 민간은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바꾸는 것”이라며 “통합의 출발점은 ‘유아학교 체계 확립’과 ‘공공성 확대’여야 한다. 공공의 그릇을 먼저 키워놓고, 3~5세 교육과 0~2세 보육의 발달적 차이를 존중하는 틀을 만든 뒤에야 통합을 말할 수 있다. 그 역순은 현장을 또다시 갈라놓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장 교사들의 이어진 증언..."고교학점제는 실현될 수 없는 가짜 교육정책"


한편 이번 결의대회에서는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이준호 충남 온양고등학교 교사는 “3년 전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저는 고교학점제 준비에 충실한 교사였다. 그런데 이 제도가 얼마나 허점이 가득하고 비교육적인지 알지 못했다. 고교학점제를 지지하는 많은 선생님들은 선택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를 오인하고 있다”며 “이 생때같은 아이들을 선택과 책임의 늪으로 던지는 것이 고교학점제 하의 고등학교 교사가 해야할 일이었다”고 고교학점제를 비판했다.


이 교사는 또 “고교학점제는 지금의 교육현장에서 실현될 수 없는 가짜 교육정책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수정 보완해서 쓰겠다는 괴상한 정책을 집어치우고 교사 정원을 늘려 공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빠르고 간결한 답에 얼른 이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결의대회에서는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각 지역에서 상경한 교사들이 고교학점제와 교사 정치기본권 등에 대해 실랄한 비판을 이어 나갔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직 18년차라는 전선희 강원 비봉초등학교 교사는 악성 민원에 대해 “교사는 여전히 학교 악성 민원 앞에 아무런 법적 보호 없이 홀로 서 있는 존재다. 얼마나 더 많은 동료를 잃어야 하나. 불행으로 치닫는 교실, 그곳에 남겨진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제 제도로 끊어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학교 악성민원 방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 "우리는 교사와 학생의 죽음 앞에, 무너지는 교육현장을 지켜볼 수 없다"


전 교사는 또 “악성 민원은 교사를 겨냥하지만 그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악성 민원을 막아 달라는 절박하고도 당연한 요구가 제도와 정책으로 구현되지 않는 까닭은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의준 경기 동탄목동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유보통합은 서두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간·사립 위주 통합으로는 모든 아이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할 수 없고 통합의 중심은 공교육이어야 한다는 것.


정 교사는 예산의 불투명성도 그 이유로 꼽았다. 현재 유아 1인당 지원 구조는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아이를 받을수록 예산이 불어나는 시스템이라 돈이 정말 아이에게 갔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주장인데 “이런 통합이 지속되면 원장의 개인 지갑만 불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결의대회 마지막 순서로 결의문을 낭독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교사와 학생의 죽음 앞에, 무너지는 교육현장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는 요구하고 투쟁할 것이다. 악성민원 방지법 제정과 고교학점제 폐지, 교사정원 확보, 유아교육 공공성 제고, 교사 정치기본권 쟁취를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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