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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용역노동자들, 대통령실 이전으로 해고 위기 처해

공공운수노조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by 이영일
KakaoTalk_20251117_183543343_01.jpg [이영일 기자]

청와대에서 일하던 청와대 용역 노동자들 200여 명이 해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로 청와대에서 미화, 조경, 안내, 보안 등 관람과 시설 운영을 담당하던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 올해 12월말일로 해고될 위치에 처했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한 사람들이 해고되지 않도록 고용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용역 노동자 17일 기자회견..."청와대재단이 용역운영하며 잦은 문제 발생했다"


2022년 5월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그동안 시설 운영과 관람 안내 업무가 필요해지자 문화재청에서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 관리 책임이 이전됐다. 그런데 문체부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청와대재단을 설립했고 이 재단은 다시 용역업체를 선정해 미화직·보안직·안내직·조경직 등의 인력을 하도급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재단에 간접고용된 청와대 관리 노동자들은 200여명 규모인데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청와대재단이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않았고 특정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특혜, 과업지시서를 위반한 재하도급 묵인, 용역계약 변경 시기 고용승계 거부, 용역업체 중간관리자 친인척 입사(입사 자격 미달자 취업) 등 용역계약을 미준수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KakaoTalk_20251117_183543343.jpg ▲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노동자가 "대통령실 이전으로 아무런 대책없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실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영일 기자]


지난 6월 10일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 발표가 이뤄지고 8월 개방이 중단되자 청와대에서 일하던 용역 노동자들도 8월부터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휴업 이후 이들은 청와대에서 다시 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3년동안 일한 일자리가 일방적으로 없어지는 상황인 셈이다.


"대통령실 이전은 정치적 선택인데 그 선택 비용을 왜 노동자에게 떠넘기나?"


이성균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지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겠다고 한 이후 묵묵히 일하던 노동자 200여명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빠졌는데도 대통령실은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에 대한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집단해고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지부장은 “수차례에 걸쳐 고용안정, 고용승계 대책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도, 청와대재단도 단 한번의 구체적 답변이 없다. 대통령실 이전은 정치적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선택의 비용을 고스란히 노동자에게만 떠넘기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미화직으로 일한다는 임동용 씨는 “이제까지는 용역업체가 변경돼도 70세까지 일할 수 있었는데 제대로 된 설명도 없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들은 대통령실이 이전하면 그냥 짤려도 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이전된다는 이유만으로 정든 일터를 떠나고 일자리를 잃는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의 권리, 인간다운 일터는 우리에게 여전히 먼 이야기”


KakaoTalk_20251117_183543343_04.jpg ▲청와대 용역 노동자들이 "대통령실이 이전된다는 이유만으로 정든 일터를 떠나고 일자리를 잃는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영일 기자]

청와대 안내파트에서 일한 정산호 씨도 “비록 하청 노동자였지만 수년간 청와대라는 국가의 상징적 공간에서 일해왔다.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일했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노동의 권리, 인간다운 일터는 우리에게 여전히 먼 이야기였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경직에서 일한 김남욱 씨도 “우리 조경팀은 12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개방 전 청와대 조경인력 수준에 못 미치는 적은 인원으로도 사명감을 갖고 일해 국민 만족도 1위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12월이 지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다. 우리들의 경험과 사명감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방호직으로 일하는 이우석 씨도 “국가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수년간 성실히 일해 온 노동자에게 '정권이 바뀌었으니 나가라'는 방식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행정의 문제”라며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정권이 바뀌어 공간의 용도가 변경된다는 이유로 왜 우리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져야 하나. 국가와 정부는 과연 책임있는 사용자냐”며 “우리를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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