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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간절히 부탁드려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연 '2025 아동·청소년기본소득 국회투어'

by 이영일
6.jpg ▲아동청소년들과 양육자, 시민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아동청소년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피켓 퍼포먼스를 펼쳤다. ⓒ 용혜인 의원실


22일 토요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아이들과 청소년활동가, NGO단체 관계자, 양육자 등 100여 명이 줄 지어 섰다. 각 정당이 자신들의 주장을 요구할 때 이 돌계단에 무리지어 서서 구호를 외치던 곳이다.


하지만 이 날은 날선 규탄과 정쟁의 목소리가 아닌 아이들의 웃음이 넘쳐났다. 부모님 등 양육하는 사람들의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왔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더 넉넉한 금액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아동 수당을 확대해 더 많은 연령의 아동과 청소년에게 더 넉넉한 금액을 지급하자는 일명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대안교육연대,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청소년복지시설협회, 한국청소년정책연대, 행복한교육학부모회 등 아동청소년 관련단체들은 22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2025 아동·청소년기본소득 국회투어(아래 국회투어)'를 공동 개최했다.


IE003551841_STD.jpg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관련 법안을 참가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이영일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100여 명의 아동청소년들과 양육자, 시민들이 참여해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했다.


아동청소년기본소득은 22대 국회에서 용혜인 의원이 첫번째 법안으로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매월 30만 원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도 2018년에 도입된 아동수당 제도는 있다. 0세부터 만 7세까지의 아동들에게 매월 10만 원의 수당을 지원하는데 법적으로 아동이 18세 미만을 뜻하는데도 지원은 7세까지만 이루어져 7세 컷(off)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또 금액도 너무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제도만으로는 실제 아동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충분히 덜어낼 수가 없다는 것.


용혜인 의원은 국회투어 행사에서 "아동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눠야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초저출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국가가 아동 청소년들의 삶에 제대로 투자해야 이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IE003551860_STD.jpg ▲용혜인 의원과 청소년·후기청소년·교육자·양육자가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을 두고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 이영일


용혜인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전체 예산 중에 아동가족 예산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8개 중 34위로 하위권이다. 용 의원은 "대한민국보다 더 먼저 이 저출생 위기를 겪었던 나라들은 아동의 전 시기에 걸친 현금 지원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는 것을 일찍이 인정하고 아동수당의 지원과 규모, 지급 기간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다"라고 소개했다.


"초저출산 위기 극복하겠다는 의지 있다면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빠르게 도입해야"


용 의원은 또 "정부가 정말 초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매월 30만 원 정도의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을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은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데, 첫째는 아동청소년들이 직접 기본소득을 사용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는 점이고 또 하나는 14세 이상부터는 아동 청소년 기본 소득을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일례로 민생회복 지원금의 경우 아동청소년이 직접 신청하거나 직접 수령한 경우는 거의 없고 양육자가 무조건 대리 신청을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아동청소년이 자신이 필요한 곳에 직접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셈.


IE003551872_STD.jpg ▲용혜인 의원이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지난해 6월,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매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아동 기본소득법'을 발의했다. ⓒ 용혜인 의원실


게다가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때문에 가정을 떠난 가정 밖 청소년들도 존재하고, 집을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양육자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는 아동청소년들도 많다.


박윤희 한국청소년복지시설협회 서울지부장은 "많은 청소년들이 학대, 가정 해체 등으로 더 이상 집에서 지낼 수 없어 청소년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거나 홀로 자립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 생활비와 생계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미래를 설계하거나 자립을 준비할 여유가 턱없이 부족하다.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당당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5% 이상의 응답자 "아동청소년 위한 기본소득 정책 필요"


한국청소년정책연대가 이번 국회투어 행사를 앞두고 전국 8~18세 아동·청소년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5% 이상의 응답자가 "아동청소년을 위한 기본소득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김진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한국YMCA전국연맹 국장)는 "지원 대상을 현재 만 7세 이하에서 18세 미만 전체로 늘리자는 제안이 있었다.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이면 아동수당이 끊기는데 내년에는 8~9세까지, 그다음엔 10~11세까지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모든 아동청소년이 국가로부터 기본적인 지원을 받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라고 소개했다.


IE003551862_STD.jpg ▲김진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가 전국 8~18세 아동청소년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영일


김 대표는 또 "예산을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로드맵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만 18세까지, 월 30만 원까지 확대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부 예산편성 때 이 사업을 우선순위에 넣고 장기계획에 반영하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도 "양육자의 소득 수준이나 가족 형태에 따라 아동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현실에서 아동 개인에게 직접 도달하는 기본소득은 불평등을 완화하고 또 아동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가장 실질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아동청소년 당사자들은 환영했다.


임현채 대안학교학생연대 부대표는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에 대해 청소년들의 인터뷰 내용이 담긴 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30만 원이 생기면 학교 과제물이나 학용품을 사고 배우고 싶었던 운동도 해 보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저축도 하겠다는 응답을 내놨다.


아동 권리의 중요성과 사회적 인식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 서포터즈 영세이버 소속 청년들도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은 단순한 양육비 보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아동을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독립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지원"이라며 "이 기본소득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더 나아지게 만들 것인지 현실적인 답을 줄 수 있는 하나의 강력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님,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IE003551874_STD.jpg ▲오지민 가정밖 청소년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을 도입해 달라고 호소했다. ⓒ 이영일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아동수당을 모든 아동들에게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국회에서도 2030년까지 만 13세까지 아동수당을 확대하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만 18세까지 과감하게 늘리고 금액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 국회투어 참가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원래 18세 미만까지확대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필요한 재원이 5년간 약 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현실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행 제도로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12년간 국가의 기본적 지원없이 지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도 발표됐다. 오지민 가정밖 청소년은 "저는 여러 사정으로 집에서 생활하기 어려워 청소년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청소년이다. 청소년쉼터에서 받는 소액의 용돈으로 생필품과 학용품을 구입하여 살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필요한 비용이 생길 때는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도입을 호소했다.


오지민 청소년은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패딩 한벌을 마련하는 일도 제게는 큰 부담이다. 통신 요금도 부담스럽고 휴대전화가 고장나면 해결하기 막막하다. 저처럼 가정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기본소득은 선택이 아니라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필수적인 기반"이라며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청소년이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고 위기에서 벗어나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IE003551873_STD.jpg ▲아동청소년 기본소득을 요청하는 아동당사자들의 공동선언문 낭독 모습. ⓒ 용혜인 의원실


이날 국회투어 행사는 용혜인 의원과 청소년·후기청소년·교육자·양육자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 이어 오후 3시 40분부터는 국회 본청 앞에서 '아동·청소년기본소득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용혜인 의원의 여는 발언을 시작으로 100여 명의 청소년·양육자·청년이 함께 선언문을 낭독하고 피켓 퍼포먼스를 통해 국회에 아동·청소년기본소득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전했고 이후에는 '아동·청소년기본소득 스탬프투어'도 펼쳐져 참가자들이 국회 곳곳을 방문해 인증 스탬프도 찍는 행사가 이어졌다.

https://omn.kr/2g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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