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응급의료진 사법리스크 완화 방침 알려지자 경실련 반대 의사
지난 10월 20일 부산에서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찾던 10대 청소년 환자가 14번의 수용 거부 끝에 사망하자 소위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재점화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때문에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4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8명이 병원의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를 막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구급대원이 전화로 병원마다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것이 '응급실 뺑뺑이'를 만들고 있어 소위 허락받고 이송하는 전화 확인 의무를 법에서 삭제하고 병원은 '수용 불가' 사유를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등록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대한응급의학회 등 의료계는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 처치로 바쁜 의료진이 매번 시스템에 '수용 불가' 사유를 입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응급환자를 수용할 인프라 부족과 치료 실패 시 형사 책임 부담 등이 문제의 주 원인인데, 이건 차치하더라도 현장을 모르는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다.
소방노조의 입장은 또 다르다.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은 24일 "소방 조직이 단순 출동·이송 기관을 넘어 긴급 상황에서 응급 진료와 처치까지 수행하는 소방응급의학센터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국립소방의과대학을 설립해 소방응급의학센터를 운영할 전문 인력을 즉각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복지부, 응급의료진 사법리스크 완화할 방침... 시민단체 반대 의사 표명
논란이 확산되자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도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목적으로 의료법을 개정, 응급의료진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5일 복지부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의료사고 형사 책임 면제가 국민의 생명권 최우선 보호라는 국가 책무를 외면한다는 것.
경실련은 "만성적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은 환영하지만 의료사고 책임을 면제한다면 응급실 밖의 위험이 안으로 이동하는 것일 뿐 국민의 생명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또 "응급실 구조 개선이 시급한데 정부는 시스템 정비 대신 응급의료종사자 형사 책임 면책 방향으로 논의를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주장은 허구임이 복지부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실제 대한의사협회의는 연평균 700건 이상 기소가 발생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8월 복지부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70명(연평균 34명)의 의사가 의료사고로 1심 형사재판을 받았고 응급의학과는 9명(5%)에 불과하며 정형·성형외과 의사가 59명(35%)이었다. 이 수치로만 보면 필수의료 기피가 형사 책임 부담 때문이라는 주장과는 맞지 않는다.
경실련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시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수용 거부를 보장하고 있는 현행 법의 맹점으로 지금의 응급실 뺑뺑이가 무제한 반복되고 있다. 국민이 최소한의 진료도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떠돌다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응급실 뺑뺑이 해소 대책으로 공공의사 양성과 공공의대법 제정도 제시했다. 응급의료 공백의 궁극적 원인이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 부족 문제라며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 치료하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턱없이 부족한 필수와 응급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공공의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