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 질서 보호와 플랫폼 혁신 사이 갈등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과도한 사전 규제라고 지적하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서면서다.
닥터나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약국에서 조제한 의약품을 이용자가 배송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빠르게 성장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다. 누적 이용자는 수백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2023년 6월 정부가 비대면 진료에 대한 한시적 허용 조치를 종료하자, 닥터나우는 지난해 9월부터 약국별 처방의약품 재고를 확인·표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유통 자회사인 비진약품을 합병해 제휴 약국에 의약품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닥터나우 방지법은 이런 닥터나우의 영업 방식이 신종 리베이트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법사위 통과했지만 본회의 상정은 불발
해당 법안은 김윤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했으며, 지난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만 이달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벤처업계의 반발과 함께 국회 내 일부 의원들이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 불공정 거래와 리베이트 사전 방지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자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러한 규제를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대 측은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자와 달리 플랫폼 운영자는 의약품을 직접 처방하거나 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환자와 약국을 연결하는 정보 중개자에 불과해 의약품 공급이나 유통에 직접 관여할 권한이 없으며, 이를 동일선상에서 규제할 경우 헌법상 영업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6일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소속 김한규 민주당(제주 제주시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 긴급 간담회'를 열고 사실상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 "영리 플랫폼 편드는 의료 민영화"
반면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같은 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의원들이 통과시킨 법안을 민주당 정부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제동을 거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벌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리 플랫폼 기업의 이윤 추구를 옹호하는 것"이라며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의약품 유통 질서를 흔드는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또 "플랫폼이 도매업을 겸업할 경우 특정 의약품의 매출이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돼 약물 남용이나 과다 처방을 구조적으로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 본회의 상정과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닥터나우 측은 리베이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약사법 제47조의2(리베이트 금지 조항)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플랫폼을 통한 불법 리베이트 가능성을 명확히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닥터나우의 사업 모델이 비대면으로 자주 처방되는 경증 질환을 중심으로 환자의 약국 접근성을 높이고 불편을 줄이는 혁신인지, 아니면 기존 리베이트 관행의 새로운 형태인지를 두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치권이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닥터나우 방지법이 향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