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없고 준비 부족... 교원단체들 일제히 시행 유예 촉구
내년 3월 전국 초·중·고에서 시행 예정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아래 학맞통법)'을 두고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맞통법은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심리적·정서적 어려움 등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해 지원하는 학생 중심 맞춤형 통합지원 체계다.
"현장 준비 없는 졸속 입법"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교총, 전교조, 교사노조 등 주요 교원단체가 시행 전면 유예를 요구하며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한국교총은 "현장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시행하면 학교 현장은 아비규환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관련 기사: 커지는 우려... "학생맞춤지원법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https://omn.kr/2ek78)
전교조는 "학맞통법은 교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방치하지 않고, 국가와 지방정부가 전문적으로 지원하자는 사회적 요구에서 출발했지만, 현장에서는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내년도 업무분장표에 학맞통 담당 항목만 명시돼 특정 교사에게 업무가 집중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교사노조 역시 지난 16일 서울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현장 준비 없는 졸속 입법"이라며 법 전면 개정과 시행 유예를 촉구했다. 특히 '요청이 있을 경우 학교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지원대상 학생으로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는 법 규정이 학교를 행정·복지 지원 기관처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같은 반발은 학맞통법이 전담 인력과 구체적인 운영 지침 없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새 학기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학교 현장의 준비 기간도 충분하지 않아, 일부 교육계에서는 제2의 고교학점제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사정 어려운 학생 집 가서 아침밥 해주는 게 학맞통?"
실제 한국교총이 11월 26일부터 12월 4일까지 전국 교사 46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2%가 학맞통 시행을 위한 학교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현장 우수 사례를 둘러싼 논란도 반발을 키우는 요인이다. 일부 교육청 연수에서 소개된 사례에는 ▲학부모에게 대출 제도를 안내한 사례 ▲학생 등교 전 아침 식사를 마련해 준 사례 ▲학생 집을 방문해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은 사례 ▲ 학생 가정의 화장실 수리 안내 사례 등이 포함돼 있었다.
교사들은 이를 두고 "사정이 어려운 학생 집에 가서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이 학맞통의 본질이냐"라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는 "우수 사례는 참고용일 뿐 모든 교사가 동일하게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서는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복지 하청기관으로 전락한다는 불신이 여전히 크다.
덧붙이는 글 | 이미 5개월전에도 학맞통을 두고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지난 7월 14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학생 맞춤 통합 지원 비판적 성찰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취지는 좋은데 이 '맞춤'이 학생 한명 한명의 성장을 위한 맞춤이 아니라 행정적 효율을 위한 것처럼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