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5개 부처 퇴직 공직자 재취업 승인율 평균 89.4%
고용노동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기후에너지환경부 등 5개 정부 부처를 떠난 공직자 10명 중 무려 9명이 재취업 심사를 통과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3년간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5개 부처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심사 현황을 발표했다.
공직자가 퇴직한 후 다른 기관에 취업하려면 퇴직 전 소속 기관에서 담당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퇴직 전 근무했던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고 공직자와 업체 간 유착 관계를 차단하며 취업시장 공정성 저해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발표한 경제 관련 8개 부처 관피아 실태조사에 이어 이번에 5개 정부 부처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실련,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취업 승인 심사 받은 5개 부처 퇴직 공직자 재취업 현황 발표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국민들 모두가 공직자를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알고 계시고 법에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어 당연히 공직자 윤리를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통일교 전현직 국회의원 뇌물 수수 의혹 등 공직자들의 부패 의혹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특히 쿠팡의 경우 25명의 공직자들이 재취업을 했다. 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라며 관피아 문제를 비판했다.
김 총장은 “국민들을 위한 정책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공직자들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 이후에 본인이 가야 할 민간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나리 경실련 경제정책팀 간사는 구체적인 관피아 상황 조사 결과를 조목조목 발표했다. 이 결과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취업 제한 심사 및 취업 승인 심사를 받은 5개의 정부 부처 퇴직 공직자를 중심으로 경력 사항을 언론 검색, 부처별 홈페이지 및 재취업 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조사됐다.
고용노동부, 96.2%로 취업 심사 승인율 가장 높아
조사 결과 노동부, 법무부 등 5개 정부 부처 취업심사 승인율 평균 89.4%였다. 전체 취업심사대상 180건 중 161건(89.4%)이 취업승인 결정을 받았다. 이는 퇴직 공직자 10명 중 9명이 재취업을 하는 셈으로 볼 수 있다.
취업 가능과 취업 승인 결정을 합친 취업 심사 승인율이 가장 높은 부처는 고용노동부로 96.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법무부(94.9%), 환경부(89.7%), 행정안전부(85.7%), 교육부(82.4%) 순이었다.
고용노동부의 경우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은 고용노동부와 관련된 공공기관이 제일 많았다.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고용노동부 출신 관료 3명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심사위원회 위원장, 서울지역본부장, 보험 재정 이사로 취업 심사를 받고 모두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경우 3명이 재취업 심사를 받았는데 2016년 12월 취임한 원장을 필두로 현재 원장까지 모두 고용노동부 출신이었다.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은 조사 기간 동안 총 14명의 퇴직 관료가 한국폴리텍 학장이나 이사 등으로 취업 심사를 받았는데 이중 국장급인 일반직 고위 공무원 퇴직 관료 2명은 취업 후 영향력 행사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 일자리 본부장은 2019년 신설한 지위인데 바로 고용노동부 출신이 취업한 다음 그 이후에 임명된 스마트일자리 본부장 역시 고용노동부 출신 퇴직 관료였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보면 인력개발사업단의 단장직으로 고용노동부 출신 퇴직 관료가 연속적으로 재취업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1964년 출범해 민간 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협회인데 거의 연속적으로 고용노동부 출신 퇴직 관료가 협회장으로 취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와 관련해서 노동부가 특정인을 당선시키려고 한다 혹은 개입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도 있었다.
법무부 퇴직 관료들, 민간 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취업 심사 받아...방패막이용 정관 예우 영입 의심
법무부는 취업 심사 대상 39건 중 37건 94.9%가 취업 가능 승인 결정을 받았다. 가장 많이 진출한 것은 법무법인이었다. 다음으로는 민간기업, 공공기관, 기타 각각 5건 순이었다. 법무부 검사들은 주로 민간 기업의 사외이사로 직접 심사를 받았다.
법무부 퇴직 관료가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 심사를 받은 것은 총 12건이었는데 이 중 10건이 검사 출신이었다. 대부분 민간 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취업 심사를 받았는데 전형적인 민간 기업의 방패막이용 정관 예우 영입으로 의심된다.
법무부 출신 퇴직 검사가 여러 민간 기업에 연속적으로 재취업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특히 국장급인 일반직 공무원이 법무법인의 고문으로 가장 많이 재취업 심사를 받은 것이 눈에 띄는 점이라고 경실련은 밝혔다.
한편, 5개 정부 부처에서는 전체적으로 민간기업(56건)에 가장 많이 진출했다. 다음으로 공공기관(36건), 기타(30건), 협회조합(20건), 법무·회계·세무법인(19건) 순으로 취업심사를 받았다. 경실련은 이러한 재취업의 특징으로 민관 유착에 따른 민간 기업 재취업, 부처 권한과 관행에 따른 산하 공공기관·유관 기관 재취업, 자리 대물림 등을 지적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공직자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민간 기업이나 산하기관으로 갔을 때는 로비 역할이라든지 예산을 따온다든지 또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부정적 영향을 일으킨다. 또 이분들도 전문성이 있지만 민간에 또 전문가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취업시장에 경쟁 제한을 시키는 문제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회의록이라든지 어떻게 심사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일부에 해당되는 것이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나 법무부 출신이 쿠팡에 취업한 사례들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출신이 쿠팡에 왜 취업을 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로비나 압력이나 무언가를 은폐하기 위해서 로비스트를 고용한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방 위원장은 또 “국회 보좌관 출신이 유독 많이 들어가 있다. 쿠팡의 경우 현재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데 최근에 들은 정보에 의하면 보좌관 출신들이 국회에 다니면서 ‘제발 증인 출석만은 막아달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관피아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며 ▲ 신생 기관 재취업 금지 명문화 ▲ 취업심사 대상기관의 규모 재정비 ▲ 취업승인 예외사유 구체화 ▲ 취업제한 여부 및 승인 심사기간 확대 (퇴직 전 경력 5년→10년으로 확대) ▲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 확대 (퇴직 후 제한 3년→5년으로 확대) ▲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접촉 요건 강화 ▲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명단, 회의록 및 심사결과 자료 공개 ▲ 공무원연금과 재취업 보수 이중수급 방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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