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행정력 낭비, 재의 요구하겠다"
서울시의회가 16일 오후 3시, 제333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발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폐지 의결했던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또 폐지한 것.서울시 학생 인권조례가 왜 이렇게 두번이나 죽임을 당하는 것일까?
대법원 본안 판결 기다리는 상황인데...국민의힘 의원들 주도로 다시 폐지 의결
학생인권조례는 지난해 6월 의원 발의로 서울시의회에서 폐지 의결됐다가 대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신청을 받아들여 대법원 본안 판결 때까지 조례 집행을 정지해 서울학생인권조례 효력이 유지되고 있었는데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 주도로 다시 폐지가 의결된 상황이다. 결과는 재석 86명 가운데 찬성 65명, 반대 21명이었는데 찬성 의원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날 서울시의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인 오후 1시 30분,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대위와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녹색당, 정의당 청소년위, 노동당 청소년위(준), 정치하는엄마들, 청년노동당, 진보당 청소년특별위 등 14개 단체는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폐지안 본회의 의결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장효주 학생은 “국민의힘은 주민 발의를 통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 하고 있으며 현재 재의 요구 중인 조례까지도 폐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인권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비통하다”고 말을 열었다.
장 학생은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국민의힘이 특정 혐오 세력의 표를 얻기 위해 학생의 인권을 재물로 삼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생인권조례 반대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대부분 음모론과 억측에 가깝다. 극단적인 몇몇 예시만을 들면서 마치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존중받으며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찬반 엇갈린 서울시의회 본관 앞...진보정당들 일제히 국민의힘 규탄 목소리 내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이후 학교 현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과 교사, 학부모 간의 갈등을 대화와 절차로 해결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는데도 학생인권조례를 갈등의 원인으로 몰아가며 학생의 권리를 통제의 대상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오후 3시 전후로 서울시의회 본관 앞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이 모여 긴장감이 감돌았다. 폐지 소식이 나오자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측은 "우리 아이들 살았다"며 환영을 표했고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하는 측은 국민의힘을 강하게 성토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16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시의원들의 주도 하에 기만적인 주민발의안으로 둔갑시켜 학생인권조례가 다시 폐지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을 재점화해 또다시 혐오와 차별의 극우정치를 조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폐지안 의결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라며 “이미 법원이 효력을 정지시킨 사안을 임기 종료를 앞둔 시의회가 사법 판단을 건너뛰고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성명을 내고 “학생인권조례는 대한민국 학교 현장의 인권 인식을 진일보시킨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오늘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시킴으로써 역사의 시계를 수십 년 이전으로 돌려 버렸지만 그런다고 청소년의 인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행정력 낭비, 재의 요구하겠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통과 직후 “시의회가 지난해 6월 폐지 의결했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대법원의 집행정지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그럼에도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다시금 강행했다. 이는 행정력의 낭비인 동시에 정치의 논리로 학교 현장에 큰 혼란과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재의를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1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며 교육 현장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뿌리 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오늘의 폐지 의결은 교육 공동체의 상호 존중과 협력의 기반을 허물어뜨렸다”라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을 비판하면서 “정부와 국회에서도 학생인권법 제정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논란과 충돌이 거듭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내용은 “학생은 성별, 종교, 가족형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인권 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위해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같은 전담 기구가 운영돼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구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보성향의 인권단체들을 비롯해 찬성하는 측은 “학교에서의 인권 보장이 학생의 존엄성과 교육의 질을 높인다”고 주장하며 학생인권조례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보수성향의 인권조례 폐지 측은 “조례가 학생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해 교사의 교육권과 교권을 훼손한다”는 비판적 주장을 대표적으로 내세우며 “조례 때문에 학생 지도를 어렵게 만들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 행위가 인권 침해로 오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조항은 종교 단체와 보수적 학부모 단체로부터 조례가 ”도덕적 혼란이나 성 가치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하에 논쟁이 계속되면서 서울시와 의회 권력의 판도에 따라 살았다 죽었다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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