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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메이드 블레이드

없으면 만들어 쓰는 거야

by 느곰씨 오만가치

발트너가 셰이크의 붐을 가져온 이후로 대부분의 선수들은 셰이크로 경기를 치른다. 여러 가지 나무를 겹쳐(혹은 특수 소재를 섞어) 만드는 이점이 있을 뿐 아니라 앞 뒷면을 사용한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생활 체육에서도 대부분 셰이크를 사용한다. 옛날에 탁구를 배웠거나 펜홀더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거기에 중펜은 더더욱 희소하다. 중국의 경우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이 용품을 사랑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중국식 펜홀더로 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탁구 브랜드로는 다마스의 버터플라이가 가장 두드러지지만 최근에는 중국 국대 용품을 전담하는 DHS의 인지도도 높다. 탁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스웨덴의 스티가 도 인기가 있으며 러버는 티바 제품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탁구 용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안드로, 닛타쿠, 도닉, 욜라 같은 브랜드도 익숙하게 된다. 도닉은 유럽에서는 꽤나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다. 그 외에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있지만 그것은 마니아들의 영역에 남겨 두기로 하자.


사실 중펜 유저들은 끝판왕으로 DHS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왕하오가 사용했다는 허리케인 하오 중국 국대 버전은 백만 원을 넘게 줘도 구할 수가 없기도 하다. 아마추어는 실력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용품 탐험도 즐기기 때문에 꼭 DHS로 가진 않는다. 특히 나처럼 용품 탐험 쪽으로 많이 기울어지면 결국 출시하지 않는 제품에도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스티가 의 로즈우드 특주를 떠나보내고 이것저것을 찾다가 닛타쿠의 '아델리'가 눈에 들어왔다. 닛타쿠는 보통 중펜 버전도 제공해 주는 편이라 아델리는 중펜 버전이 있긴 했지만 아델리cp는 중국에서 한정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땡볕 아래 도구들을 내려놓았다. 그립을 뜯는 것은 드라이기로 뜨겁게 해서 접착제를 녹이거나 아세톤을 이용해서 접착제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회사에는 공업용 아세톤이 있어서 빠르게 뜯어낼 수 있었다.

아델리1.png

셰이크 그립의 길이는 대략 100mm이지만 중펜은 보통 82mm다. 약 18mm를 절단해야 한다. 하지만 아델리 그립처럼 가운데가 비어 있는 경우는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뒤쪽을 잘라내면 그대로 빈 공간이 남기 때문이다. 중간을 잘라 뒷부분과 이어 붙여야 한다.


잘 잘라 이어 붙인 후 목공본드를 칠하고 고정시켜야 한다. 바이스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 케이블 타이로 고정했다. 그립 끝부분 처리가 어려워 그립도 잘라 이어 붙였다. 그리고 닛타쿠 사이드 테이프로 마무리해줬다. 원래 가진 예쁨을 잃어버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무려 16만 원짜리 새 라켓을 작업했기 때문이다.

아델리2.png

잘 고정이 되면 뒷면에 떼어 놓았던 렌즈를 붙이고 삐져나온 목공본드를 처리한다. 사포로 전체적으로 다듬어 주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사실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호기심이 넘치지 않고서야 멀쩡하고 좋은 제품들이 많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자신의 용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사실 이렇게 개조한다고 해서 주력이 될 가능성도 낮고 다시 되팔 수도 없다. 이건 그대로 소장이 되는 거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이것 또한 하나의 취미 생활이 되기 때문이다. 한때는 라켓 제작을 해볼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라켓 제작자가 되었을 거다. 그런 욕망을 이렇게 한 번씩 풀어 본다. 특히 탁구를 자주 못 치게 되면 이런 병이 도진다.


키네틱 스피드는 티바에서 나오는 아주 고가품이다. 지인으로부터 거저 얻다시피 해서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새 중펜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립이 비어져 있지 않아서 조금 더 쉽긴 했지만 고가의 용품이었기에 신경도 바짝 썼다. 셰이크로 쳐봤는데 나쁘지 않아서 중펜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괜히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키네틱1.png

언뜻 보면 셰이크 같지만 그립이 확실히 짧아져 있다. 블레이드 무게는 2g 정도 줄어 85g이 되었고 러버까지 부착하니 182g이 되었다. 셰이크로는 적당한 무게지만 중펜으로는 다소 무거운 편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무거운 쪽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탁구 치기로 약속했는데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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