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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Mar 26. 2024

동상이몽

일본 도요타에서 우리가 본 건 뭘까

  지금은 Lean으로 세상에 알려진 기법은 어떻게 보면 도요타 생산 방식(TPS;Toypta Production System)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생산 현장의 장비를 최소화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 자동화(自働化)와 적시 생산(JIT;Just In Time)을 중시한다. 여기서 자동화는 우리가 생산하는 그런 자동화가 아니라 설비의 이상이나 고장이 드러나도록 한다는 것을 얘기한다. 도요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문제를 드러나게 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불량품도 바로 그 자리에서 발견하여 해결함을 얘기한다.


  도요타는 낭비를 최소화 함으로써 불황속에서도 이익을 유지하며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들의 노하우인 TPS는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TPS 교육을 실시하였고 이것을 통해 또 다른 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하지만 60년이 가깝게 체화돼버린 이것을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도 현대도 여전히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유행에 힘입어 도요타 견학을 다녀왔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으로 뭘 볼 수 있을까? 삼성은 2년 가까이 보낸다고 하니 격차가 느껴진다. 4일의 일정동안 낮에는 공장 견학을 하고 밤에는 수업을 들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본 것은 기계처럼 쉼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울려대는 알람들이었다. 모든 일이 기어바퀴 굴러가듯 착착 맞아떨어졌다.


  그곳에서 직원들은 비인간적인 노동 강도에 혀를 내둘렀고 임원들은 흐뭇해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느냐였는데도 고용한 자와 고용된 자의 감각은 극단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초단위로 분석해 놓은 그들의 작업 지시서가 눈에 들어온 건 임원들이었을 테고 허리 보호대를 하고 일을 하고 있는 도요타 직원의 모습을 안타까워 한 건 우리 직원들이었다.


  어설프게 보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다. 도요타의 60년 노하우를 단숨에 흉내 낼 수 있겠다는 자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대기업들도 여전히 해내지 못한 것을 말이다. 


  나고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도요타시. 한 지역의 경제가 모두 도요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있기에 기업은 생물처럼 움직일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런 파워도 생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20년 전에는 도요타에서 '혼(魂)'이라는 글자 하나만 배워왔다. '좋은 정신에 좋은 물건'이라는 그들의 가치를 배우려고 했다. 혼을 다해 일한다는 게 어떤 건지 궁금했다. 지금은 수박의 겉만 흉내 내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내 것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상상하면 현실이 될 거라는 몽상가들만 남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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