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동네축구를 사랑하는 것 같아
기업에서 다운사이징은 가장 확실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방법이라고 알고 있다. 일이라는 건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사기'라는 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다운사이징을 손실 없이 해내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예상했듯 잘 해내지 못했다. 회사는 그렇게 계속 꾸역꾸역 살아남았다.
'기능별 조직'이라는 명분 아래 만든 조직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안정화되기 전에 지속적으로 들쑤시는 작업은 계속되었다. 부서 사이에는 벽이 쌓였고 내 것이 아니면 관심 없음이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회의는 늘 "내 일이 아니잖아"라는 말이 가장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조직은 수시로 변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유로 바뀌는지도 모른 채 그저 일이 많아 보이는 쪽으로 사람을 몰아넣는 동네축구 같은 느낌이다. 동네축구는 스스로 움직이는 거지만 이건 타의에 의해 결정된다. 제대로 된 면담도 없다. 그러니 이탈이 심하다. 블랙홀 조직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기능별 조직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여기저기 TFT가 생기더니 이번엔 사업부가 생겼다. 사업부라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또 지원이라는 핑계로 많은 인원을 빨아드리고 있다. 축구를 제대로 하려면 유기적으로 움직여도 자신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지면 끝나는 토너먼트 속 경기 막바지에서나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다. 대박 혹은 쪽박의 선택지를 만들어 버렸다.
아이템을 탁월하게 선택해서 빠르게 조직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 그것은 최근 조직 운영의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것을 운용할 인재풀을 갖추고 있을 때나 가능하다. 지금 맡은 일이 있는데 다 내팽겨 치고 달려드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막아야 하는 싱크홀 같은 기분이라 더 이해할 수 없다.
열정페이라는 것도 회사와 직원의 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움직임은 더 많은 이탈을 가져올 뿐이다. 더 많은 패배 경험을 하게 만들 뿐이다. 한숨 쉬며 욕을 하며 하는 일이 얼마나 잘 될까? 마치 프로 선수를 흉내 내는 입문선수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그저 그런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벤치 한 구석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하고 있을 뿐이다. 내 앞에 닿기 전에 잠잠해지길 바라본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대피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오늘도 정을 떼는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