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조직 문화를 무서워해야 한다.
어떤 심리학자가 원숭이 다섯 마리를 우리에 넣었다. 박사는 매일 겨우 먹을 정도의 맛없는 식사를 넣어 주었다. 우리의 높은 곳에는 바나나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닿을 수 있는 사다리 또한 있었다. 하지만 바나나가 닿을 정도로 원숭이가 접근하면 스프링 쿨러가 작동해 무작위로 물을 쏘아댔다.
원숭이 한 마리가 바나나를 향해 돌진한다. 스프링클러의 존재를 몰랐던 원숭이는 엄청난 물세례를 맞으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아래에 있던 나머지 네 마리의 원숭이도 함께 물벼락을 맞는다. 이번에는 또 다른 원숭이가 바나나를 향해 돌진하고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하고 나면 원숭의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어떤 원숭이가 사다리를 오르려고 하면 다른 원숭이들이 끄집어 내리고 구타를 한다.
시간이 흐른 뒤 박사는 한 마리 원숭이를 우리에서 빼내고 새로운 원숭이로 자리를 채운다. 새로운 원숭이는 고민 없이 바나나를 향해 놓인 사다리를 오를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다른 원숭이들에게 제지를 당한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구타를 당한다. 새로운 원숭이는 그 일을 학습한다.
그렇게 한 마리씩 다른 네 마리의 원숭이를 모두 바꾼다.
이제 우리 속의 원숭이는 사다리를 올랐던 경험이 없던 원숭이들로만 채워졌다. 하지만 어느 원숭이도 사다리를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오르면 안 되는지 모른다. 그저 사다리에 오르는 이는 막아야 한다고 학습되었다.
바나나와 같은 보상에도 무덤덤해지고, 스프링클러라는 위험에 대한 감각도 없다. 도전 정신은 전멸한다. 문화라는 건 이렇게 만들어진다. 누가 오르면 구타당하는 사회 속에 찬란한 보상을 향해 전진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회사 문화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갓 창업한 기업에는 도전 정신이 있다. 역경은 당연한 것이어서 도전하고 깨지고 도전한다. 그렇게 하나씩 성공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한다. 그때의 기분은 못해낼 것이 없는 기분이다. 많은 이들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느 순간 안주는 시작된다. 변화는 대부분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고 실적을 쌓는 데 사용된다. 회사의 이익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아래 있는 사람들의 눈은 그렇게까지 어둡지 않다. 회사를 위하는 사람과 개인 성과를 따지는 사람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컨트롤하기 쉬운 사람이 승진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말로 일을 하려 하고 말을 하면 다 되는 줄 안다. 자뻑이 심해진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만 신남이 있어야 한다. 밤을 새우더라도 희열이 있어야 한다. 그게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이고 사장처럼 일하는 것이다. 내 일 같이 하는 일에는 내 생각이 녹아 있어야 한다. 내 의견이 자주 좌절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일처럼 해주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많은 직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개선점을 얘기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면 입을 다물기 시작한다. 괜히 입을 열었다가 일을 얻기 일쑤다. 튀지 않는 것이 최선이 되는 상황이 된다. 나서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사람은 일을 만들어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 된다. 원숭이가 구타당하듯 그렇게 조직에서 눈총을 받게 된다.
무기력이 내려앉는 조직의 무서운 점은 어느 하나를 바꿔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숭이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바꾸거나 다른 학습을 통해 계속해서 재학습을 시켜야 한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때때로 그런 조직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는 얼마든지 새로운 곳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력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조직에서 웅크리고 있더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 발전에 필요한 일을 찾아내야 한다. 조직 때문에 나의 성장이 멈추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