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천재는 부르는 게 값이야.
멀티태스킹은 그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망칠 기회에 불과하다
스티브 우젤(Steve Uzzell)
내가 처음 입사할 때에는 T형 인간이 대세라고 했다. T형 인간은 하나를 깊숙이 알고 있으면서 다른 일도 두루 알고 있는 사람이다. 몇 해 전부터는 Pi(파이) 형 인간을 요구했다. 적어도 두 개의 잘하는 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뭐 이 정도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에는 현업 근무자만 비정상적으로 많은 회사였다. 그래서 회사 전표 같은 것도 개인이 직접 작성했다. 그건 일할 사람(엔지니어)이 많아야 하는 것과 더불어 그것이 회사의 강점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동질감도 강했고 부서 간의 공감대도 있었기에 자신의 일이 아니라도 여유가 있을 때 도와주는 오지랖을 부릴 수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정확히 도요타를 다녀오고부터) '기능'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능이라는 것은 소분류를 해야 하는 것임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임원들은 대분류를 하며 소위 다 잘해야 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풀풀 풍겼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도요타마저도 승용차와 화물차를 한 공장에서 생산하지도 않고 의전 차량인 '센추리'의 경우는 완전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보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해석했다. 설계만 해도 정밀 장비와 고속 장비 그리고 물류 장비와 공정 장비는 완전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각 장비마다 가지는 특징과 고려 사항은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다루는 것은 그야말로 허접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는데도 다 잘 될 거라는 상상을 하는 듯했다.
최근에는 회사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 이들의 공백마저 생겨났다. 이제는 아예 다른 생태계를 가진 언어마저 뭉텅그리 퉁치며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을 요구한다. 그것이 개인에게도 좋지 않냐는 말을 하고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전혀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 다 못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할 줄 아는 것이라도). 이것을 <전환 비용>이라고 한다. 긴 시간에 한 번씩 바꾸겠다는 생각은 몰라도 수시로 바꾸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신기하다. 이것은 개인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어 어설픈 직원을 만들기 딱 좋다. 깊이 있는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는 제품은 고객의 니즈에 속속들이 대응할 수 없다.
오늘도 회사는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그 정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벌써 여기 없을 거다. 여전히 깊이 있는 사람을 잘 조합해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의 필요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머릿속에 철학보다는 재무만 가득한 것 같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