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회사 유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곰씨 오만가치 May 20. 2024

고기를 물고 가던 개

자기 입의 고기 생각은 못한 채 남의 고기만 탐한 자

  이솝우화 중에 <고기를 물고 가던 개>가 있다. 가끔은 고기가 뼈다귀가 되기도 한다. 고기를 물은 개는 개울을 건너다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욕심이 많았던 개는 자기 입에 있는 고기는 생각하지도 않고 상대의 고기를 뺏으려고 멍멍 짖다가 자신의 입에 있는 고기를 놓치게 되는 이야기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교훈도 있지만 자신이 지금 가진 것을 인지하는 능력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함을 동시에 얘기한다.

출처 : 나무위키

  근데 개는 그렇수 있다. 개는 미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동물 중에 하나니까. 그러니 강가를 거닐며 먹이를 물고 있는 개에게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면 안 된다. 적어도 몇 명이 되든 리더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식당에서 음식 메뉴가 많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단일 메뉴를 하는 집은 일단 반 이상 신뢰를 할 수 있다. 집중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메뉴가 적은대도 맛이 없다면 주인장이 게으른 사람일 테고 메뉴가 많은데도 대부분 맛있다면 엄청난 노력가일 확률이 높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간단한 전략은 어디에나 통한다.


  많은 메뉴가 있는 이유는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노력이지만 노력의 방향은 잘못되었다. 이것은 그저 포기하지 못하는 욕심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음식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체계적이지 못한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아이템에 손을 대지만 제대로 준비하고 덤비지 않는다. 그저 하나만 걸려라는 식이다. 그래서는 하나만 악착같이 준비한 기업에 이길 수 없다. 같은 음식을 만드는 쪽이 재료 수급도 원활하고 낭비도 적다. 그리고 노하우도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깨달을 때 그만두는 능력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바꾸는데 필요한 힘이다.
이것이 중요하다. 그만두는 것은 힘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의 손실을 막음으로써 자신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다시 할당할 수 있다.
- 리치 칼가아드, ‘레이트 블루머’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것이 더 어렵다. 그만두는 것은 실패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속된 말로 '본전 생각'나서 이기도 하다. 특히 조직 내에서는 좌절감과 굴욕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깔끔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끝내는 것이 아닌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은 만인에게 평등한 재화다. 누구나 거의 똑같은 시간을 살아간다(미묘하게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이것은 돈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평등한 재화다. 시간을 최대한 낭비 없이 살아가는 삶도 중요하겠지만 매 순간 만나는 선택지에서의 명료함은 더 많은 시간을 보장한다. 살다 보면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지점을 만나기 때문이다.


  지금의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쓰고 싶어 책을 읽고 서평이라는 것도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독서와 글쓰기의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시작한 독서지만 이제는 독서의 일부분을 포기해야 함을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영원히 글쓰기는 향상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매 순간 느낀다.


  잘 팔리는 것에 집중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목표에 관련성이 적을수록 과감하게 내려놓는 결단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