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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May 21. 2024

예측 가능한 신뢰

주인의식은 주인만 가능한 것

'사장의 마인드로 일해야 합니다'

'주도적으로 일해야... '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이라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아주 좋아 보이는 말이지만 속 마음은 이럴 거다. 


'알아서 잘해라'


  안타깝게도 이건 게으른 자의 경영 방식이랄까. 대기업을 퇴사하고 강연장에 나타난 강사의 입에서도 대부분 이런 얘기만 나오니 답답할 노릇이다. 교육을 하러 와서 세뇌를 시킨다고 할까. 괜히 삐뚤어진다.


'내 것 같아야 주인 의식이 생기든가'


출처 : 사람인


  나도 회사에서 그렇게 일한 적이 있다. 멘땅에 헤딩하듯 어려웠지만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에 회사 주력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것은 아니지만 애착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좋은 소리를 듣고 싶었다. 고객에게 지적이라도 받으면 자존심 상했다. 적어도 경쟁사보다는 좋은 걸 만들고 싶었다. 내가 만든 물건이라며 자랑도 했었다. 내 것 같이 좋아하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곳인데도 첫 출근하던 날에는 눈이 내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 신입은 이제 꼰대 소리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못마땅한 선배들 자리에 자신이 앉아 있다. 


'나는 그들보다 나은가'라는 질문을 계속했다.


  엄마를 닮고 싶지 않은 딸의 마음이 이런 걸까. 좋은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 사이를 방황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에 공감하게 되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자신도 꼰대가 되어감을 느낀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발버둥 칠 때마다 굴레를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직원이 주인 의식을 가질 순 없어요. 최대한 가까운 생각을 가질 수 있게 애쓸 뿐이지"

"맞습니다. 자신의 손 떼가 묻어야 애착이 생기는 거죠. 근데 그 기회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이라는 건 어렵고 더 중요하게 되었지요"


  언젠가 본 TV 속의 애니메이션 기업 대표는 '예측 가능한 신뢰'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사장은 10원을 벌 때 1원을 나눌 수 있어야 1000원을 벌면 100원을 나눠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도달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면 보상할게라는 말로는 신뢰를 가질 수 없다. 


'어떤 곳이든 신뢰는 논리와 지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신과 애정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회사와의 신뢰는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끝날 수 있다. 늘 조건을 다는 기업은 열정만 빼먹고 보상은 주고 싶지 않은 태도로 일관한다. 마치 100만 원 치 복권을 긁으면 당첨될 거라는 기분이랄까. 직원의 마음은 늘 회사의 관심 밖인 듯하다. 사장이 회사 외관에 신경 쓸 때 직원은 자기 책상 크기에 신경 쓴다는 책 속 문장 그대로다.


  '주인에 가까운 생각을 하게 하라'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어떻게 주인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주인의식은커녕 퇴사하지 않는 것에 감지덕지한 요즘 분위기 아닌가. 어설프게 시작한 시스템은 원래의 문화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회사는 삭막하고 사람은 인색해졌다. 지출을 줄이려는 회사와 어떻게든 챙겨리는 직원의 대치. 여기서 주인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혹자는 '신바람 나게 하라'라고 말했다. 주인 의식은 고사하고 신나게 하자는 것이다. 신난다는 건 결국 주도적인 것이니까. 그러고 보면 신명이라는 건 우리 고유문화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 또한 회사와 직원의 신뢰 위에서 가능하다. 내가 공헌하고 싶다고 느끼고 소속된 공동체에 기여함을 느낌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면 그 사람은 오랜 시간 회사를 다닐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서 신뢰는 깊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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