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한다는 건 마음을 다잡는 일
사람의 의지는 믿을만한 게 못되어서 뭔가를 지속해서 하려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주위에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거나 심지어 돈을 걸고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장 힘들 때는 역시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느낄 때다. 가속을 느낄 때보다 등속으로 들어설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독서를 본격적으로 하며 수많은 도서지원을 받으며 그리고 구매해 가며 지낸 지 벌써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남들처럼 뭔가 있어 보이는 것보다 그냥 알맹이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사람의 에너지란 게 무한하지는 않으니까. 콘텐츠를 생산하기보단 재료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갑작스레 팔로워가 늘었던 때도 있었고 전자책 출판을 해볼 거라며 출판사 등록을 하기도 했었다. 작년 10월에는 유튜브도 개설하려고 계정까지 파두었지만 결국 영상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밥벌이가 바빠지면 모든 건 그것에 맞춰야 한다. 그 속에서도 그만두지 않고 지속했다는 것으로 나를 칭찬한다.
얼마 전에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5000명 달성을 했다. 생각보다 감격적이지 않아서 스스로도 놀랐다. 또 수익창도 열린 거 같은데 조건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는 동안 블로그 광고로 두 번의 정산을 받긴 했다. 다음은 유튜브보다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받을 것 같다. 그래서 릴스라는 것도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익이 나면 재밌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게 지속 가능한 원동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돈 때문에 회사를 나오면 지옥 같은 회사 생활이 되듯 돈만 보고 콘텐츠를 만든다면 그것 또한 지옥이 될 것 같다. 그냥 하나의 기쁨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하지 못한 건 업무가 많은 것도 있지만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어서기도 하다(그건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목소리라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사회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신경이 쓰이게 되었다. 남자라면 신뢰의 중후한 목소리가 좋으니까.
나는 약간 하이톤인 듯하다. 최근에 들어보면 많이 허스키해진 것 같지만 그건 나만의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목소리 때문인지 말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나 자주 여성으로 오해받는다. 통화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본인이세요?"라고, 가장 많이 들어 본 호칭은 "사모님"이다. 얼굴을 내밀고 만나면 다들 "사장님"이라고 해주시지만 전화론 다들 "사모님'이다.
가끔은 의심도 받는다. "전화하신 분은 여성분인데..." (그게 나예요).
그래서 여럿 앞에서 목소리 내는 걸 좋아하지 않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졸업 논문 발표 때만 해도 그럭저럭 했던 거 같은데 어느 땐가부터 발표를 하려고 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회의 때 하듯이 하면 될 터인데 쉽지 않다(요즘엔 회의 때도 심장이 쿵쾅댄다. 이제 주목받는 것도 어색해진 것 같다). INFP를 <은둔형 관종>이라고 하는데 내가 딱 그 모양이다.
그래서 릴스나 쇼츠에 (텍스트 기반으로 해도 되지만) 어떻게든 목소리를 넣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점점 잘하면 되니까. 유튜브 메인에 등장하는 멋들어진 콘텐츠가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계속할 수 있는 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에너지를 충만히 쓸 수 없으니까(언제나 먹고사는 게 먼저니까). 콤플렉스 극복은 지금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거니까.
우선은 말하는 것과 친해지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멈춰 있는 물건이 움직이려면 최대정지마찰력을 넘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움직이기 시작하면 또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무기가 대충대충 빨리여서 일단 하기로만 하면 할 수는 있을 것 같다(잘하는 건 오래 걸리겠지만). 그게 또 초심자의 맛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글로 또 한 번 나를 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