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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n 07. 2024

평범한 게 대단하게

명료하게 말할 수 있을 때 아름답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을 억지로라도 읽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내가 그 지식이나 세계관이 익숙하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거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저 뜬구름 같은 거라면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혹시,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깊은 사색을 한다면 또 나름 좋은 책일 수도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으면 읽히지 않는데 읽어야 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돈 주고 사도 돈이 아까워 읽게 되겠지만). 가장 많이 좋아진 점은 인내력이라고 할 수 있다. 뭐든 조금 더 진득하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어려웠던 것들도 이제 조금씩 알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실제로 교양서는 많은 상식을 제공해 주었다. 그래도 책을 읽는 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니까. 할 수 없게 된 일도 분명 있다. 읽다 보면 읽지 말고 이거나 할걸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래도 일단 꾹꾹 눌러 읽고 리뷰를 쓴다. 협찬은 약속이니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산 책을 바로바로 읽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협찬 안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협찬해 주는 책 속에도 읽고 싶었던 책이 많아서 거절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책이 점점 쌓인다. 내돈내산으로 쌓이고 서평 받아 쌓인다. 두 번 읽을 거 같지 않은 책은 나눔을 하지만 욕심에 책 탑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괜히 기발한 거, 특이한 거, 이상한 걸 하려고 해요.
저한테는 그런 게 뻔해요.
이인성 선생님이 쓰는 단어는 평범하고 쉬운데 그래서 특별해요.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많은 걸 얘기하죠.

  작년부터 구독하고 있는 <릿터>를 이제 두 권째 읽었다. 클리세인 줄 알면서도 재밌어서 손에서 놓을 수 없다면 그건 이미 명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대중을 향해 쓰는 말을 어렵고 난해하게 쓰면 안 된다. 평범한 단어와 문장으로 특별함을 만들어 내는 기술. 그것이 글 쓰는 이가 도달해야 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인슈타인의 E= mc²라는 공식에는 엄청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간단한 하나의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아인슈타인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많은 철학자나 문인들이 세상의 이치를 한 문장으로 나타내려고 노력하듯 말이다.


  그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유시민 작가가 말했듯이 읽을 때 꼬이거나 걸리는 느낌 없이 매끈하게 읽히는 글 정도만 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닌 것도 알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같은 길이의 글인데도 정반대의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상상되어 스토리가 자연스레 이뤄지는 글이 있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 욕심에 계속 책만 탐하다 보니 쓰는 기술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 같다. 


  묘사 연습, 문장력 연습을 계획을 세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는 없더라도 매끈한 클리세부터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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