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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지기 Nov 24. 2023

삼남매와 놀이터에 갈 때는.

(다이어트법)


  우리는 매일 놀이터에 간다. 

첫째는 달리기를 좋아하고 둘째는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막내는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는 3살이다. 우리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는 아이들 보호를 핑계로 어른 아이가 되어 함께 놀았다. 괴물도 되었다가 술래도 되었다가 친구도 되었다가 중재자도 되었다.      


  놀이터에는 우아한 엄마들이 많다. 

놀이터에 있는 휴게 공간에 모여서 많은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 같다. 손에 들린 커피도 부럽기만 했다. 사실 아직 여전히 부럽다. 함께 논다는 핑계하에 움직이는 그네에 뛰어드는 막내를 잡아야 하고, 아이들이 많은 미끄럼틀에서 거꾸로 올라가는 아이들에게 규칙을 알려주기 바쁘다. 

  조금 더 크면 나도 우아한 무리에 들어갈 수 있을까?          


“수지 엄마는~ 참 기운이 넘쳐~ 언제나 씩씩해~”

“보는 나도 힘이 난다니깐!”     

어린이집 앞에서 자주 마주치는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 나는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구나. 유난인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체중계의 숫자가 80kg을 보여주었다. 

허리, 손가락 마디마디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나는 단순히 출산을 했기에 따라오는 고통, 더군다나 세 명이나 낳아서 중첩된 아픔이라 생각했다. 밤에도 허리가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도 못 자고 낮에도 세 아이들과 복작거려서 내 시간 따위는 없었다. 매일 아프다고 병원을 가고 싶다고 외쳐도 갈 수가 없었다. 결심조차 잡기 힘들었다. 나는 혼자였고, 아이들의 유일한 엄마였다.

     

이사 문제와 막내의 출산, 코로나로 세 아이와 나는 언제나 함께였다.

코로나가 조금씩 풀리고 이사를 갔다. 

사람 사는 게 사람답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벼랑 끝자락에 몰린 사람처럼 방법을 찾아낸다.    

 

우아한 엄마는 될 수 없지만

건강한 엄마는 되고 싶었다.     


놀이터의 씩씩한 엄마로 1년 동안 22kg을 감량했다.

허리도 아프지 않고, 잠에 잘 잘 수 있었다.

몸이 가뿐해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놀이터에서 씩씩한 엄마가 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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