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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지기 Nov 17. 2023

나비가 되어야겠다.


출처: 픽사베이


  예전에 걸렸던 코로나보다 더 아프고 더 힘들다. 지금은 그 생각뿐이다. 힘들다. 아프다. 밖에 나가고 싶다. 


  지난주에 감기에 걸렸다. 

아이들은 감기가 낫지 않고 계속 약을 달고 지내다가 주말에 내린 눈을 보고 잠시 신나게 놀고 둘째가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 이건 내 잘못이다. 눈은 내년에도 오는데 눈이 뭐라고 신나게 놀았을까’

화요일인 오늘 아침까지 고열과 기침이 이어졌다. 저녁이 되어 드디어 열이 내렸고 기침만 나으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첫째가 열이 난다. 하하하    

 

오랜만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픈 나의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었다. 어린이집을 올해 9월부터 다녔으니, 그전에는 이렇게  넷이서 보낸 적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보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즐겁기만 했던 예전의 기억만 있을 뿐. 오늘의 나는 즐겁지 않다.      

출처: 픽사베이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나는 다이어트 중임에도 커피 믹스를 들이켜고 오랜만에 군것질도 하고, 그래도 하루종일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잠들지 못하고 있다. 연말이라 그런가 보다. 하루하루 아쉽고 아깝다.     



  


  신은 인간이 감당할 만한 시련을 준다고 했던가

그래서 고3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빌었다. 

‘저를 힘들게 해 주세요. 극복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 당시로 돌아가 머리를 한 대 쳐주고 싶다.     


  바다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 누워있다. 헤쳐 나오고 싶은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그제야 어렴풋이 느꼈다. 이게 번아웃이구나. 우울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지난 6년간 셋을 낳았다니....

그리고 산후조리도 없이 그냥 내달렸더니 이제야 올 것이 왔구나.

직감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 이후는 나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았다.

6년 만에 쉬어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잠을 자는 것이었다. 내가 잘 수 있는 시간은 세 아이들이 잠을 자는 시간뿐이지만, 나는 잠을 채워줘야 웃는 얼굴의 천사 같은 엄마가 되는 조건부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다. 번아웃은 아이들과 함께 잠들고 함께 일어나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자 사라지기 시작했다.      

세 아이의 연속적인 감기로 나는 드디어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이후로 나는 나를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도 나비가 되어야겠다.

우리집 나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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