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대표님, 가계부 강의 하나 하세요~”
(독서모임에서의 호칭이다.)
독서 모임에서는 여러 책을 읽고 나서 기록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기로 했다.
나는 가계부 하나는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당하게 들고나갔다. 쓰기만 한 자료를 말이다.
온라인에서는 가계부를 쓰며 부동산 투자를 하고 통장으로 풍차 돌리기를 하고 부자가 된 여러 사람들, 특히 주부들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가계부는 썼되 부자는 되지 못했다.
부자가 되지 못한 기록자에게 강의를 해 달라고 하니 뭘 해야 하나 싶었다.
가계부를 쓰게 된 계기와
스마트한 이 시대에 아날로그처럼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쓰는 방법도 간단하게 얘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보다 돈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 본 분들이고, 실행하는 분들이셨기 때문이다. 강의 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고, 강의를 하면서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쥐구멍을 얼른 찾고 싶었다.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직장과 신혼집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열정적인 사람이라면 그래도 다녔겠지만 그 당시에 난 컨디션이 제로였다.
남편의 직장 근처에 신혼집을 마련했고,
나는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과 남편의 월급으로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다. 요즘 남자 같지 않게 우리 남편은 모든 월급을 나에게 맡겼다.
남편의 월급을 받아 든 순간, 내 어깨는 그 무거움에 하염없이 땅바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 돈은 내 돈이 아니야. 잘 써야 돼’
그래서 서점에서 파는 이뻐 보이는 빨간 가계부 하나를 사서 기록하고 남편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서점에서 산 가계부는 2년을 쓰고 너무 두꺼워서 버렸다. 그리고 이 빨간 가계부의 형식은 내가 편집해서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농협 가계부를 찾아 헤매다가 또 편집을 해서 쓰고 있다.
한 해를 쓰고 내가 만든 틀을 수정하며 직접 만들어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출이 있어서 돈을 모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가계부 강의 후에 관련 책도 몇 권 샀다.
가계부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쥐구멍을 막아 놓겠다고 다짐했다.
이 독서 모임 후에 육아 기록 노트와 하루의 생활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다이어리 기록도 시작했다.
매일 쓰는 가계부와 다이어리를 한 번에 묶어 한 장에 다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렇지! 바로 이거지~!!’
나의 기록은 편집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새로이 편집하는 '에디톨로지'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나는 이미 에디톨로지였다.
이 방법은 꽤나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가계부 쓰는 여자는 앞으로도 계속 아날로그로 살기로 했다.
대출을 다 갚고 부자가 되는 삶을 향하여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