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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Aug 20. 2022

골프 내기 게임 《 조폭 게임 》

" 딴 돈 다 내놓으시오!" 우정을 다지는 스킨 게임의 정수


우정을 다지는 스킨 게임의 정수 '조폭 게임'


프로 선수와는 거리가 있는 우리네 아마추어 골퍼들은 골프의 재미를 더 하기 위해 다양한 게임 방식들을 개발해 놓았다. 그 시발점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한때 즐겨했던 조폭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폭이란 조직폭력배의 준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겠지만 그 핵심은 버디를 한 선수가 상대방의 상금을 갈취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강도 : ●●●

난이도 : ●●

몰입도 : ●●●●☆☆    


상금의 단위는 자유롭게 해도 되지만 편의상 1만 원 단위로 예시하도록 하자.


먼저 1번 홀을 시작하기 전에 각자 5만 원씩 각출하여 20만 원의 상금 풀을 만든다.


스킨 방식의 홀 플레이로 그 홀에서 가장 잘 친 선수가 1만 원의 상금을 받는데 동타일 때는 다음 홀의 상금으로 보태어진다. 전홀에서 꼴찌를 하여도 동점이 되면 다음 홀에 항상 기회가 찾아온다.


일단 상금을 가진 선수는 다음 홀에서 최소한 보기를 하여야 하고 더블 보기를 기록하면 마지막으로 받은 홀의 상금을 토해 내어 다음 홀의 상금에 보태어진다. 그러면 후반으로 갈수록 기존의 상금과 토해 낸 금이 쌓여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여기서 트리플 보기나 더블파, 즉 양파를 하게 되면 그 선수가 처음부터 받은 모든 상금을 토해내어 다음 홀의 상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핵심은 언제라도 버디를 기록하면 그 자리에서 나머지 3인 중 한 사람의 상금을 빼앗아 올 수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한 선수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다.


각 홀당 상금의 18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남는 2만 원은 파3를 만날 때마다 가장 홀에 가까이 온 그린하는 선수에게 1만 원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물론 2 퍼트에 파를 잡아야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고 온그린하지 못한 선수가 파를 잡는 '지우게'가 나오면 자동으로 다음 파3에 상금이 이동된다.


결국 전반에 아무리 잘 쳐도 한두 번의 실수로 상금을 반납하여야 하니 후반부에 잘 치는 선수가 대부분의 상금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보기만 하면 상금을 지킬 수 있으므로 보기 플레이어를 달성하기에 좋은 게임이며 잘 치는 선수가 한 홀에서 망가지며 상금을 토해내는 통쾌한 모습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18홀이 금방 끝나간다.


보통 16, 17, 18번 홀에서 운이 작동하여 큰 상금을 만지게 되기 때문에 양심이 있는 골퍼라면 캐디피나 식사비로 쾌척하는 것이 좋다.  라운드 후 단체 회식 계획이 있을 때 이 게임을 제안하면 무난하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골프에 인생을 투영해 보기도 한다. 한 홀에서 왕창 망가져도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홀에서 기회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버디 한 방이면 대박을 꿈꿀 수 있기에 '인생은 한 방이야!'라고 되뇌며 우리의 살아가는 삶을 되돌아볼 수 있기도 한다.


모든 골프 게임이 그렇듯이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상금을 많이 가져간다. 그러나 볼을 잘 치는 사람이 독주하지 못하도록 핸디를 주고 시작한다든지 실력이 낮은 사람과 페어를 맺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흥미롭게 하는 장치들이 요소요소에 준비되어 있다.


만약 조폭 게임에서 A라는 사람이 큰 상금을 차지하고 그다음 홀에서 작은 상금이라도 가져가지 못하게 견제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더블보기를 할 때 그 작은 상금을 내어놓기 때문에 큰 상금을 지킬 수가 있는 것이다. 고수는 웬만하여 트리플 보기 이상은 하지 않는 이유로 견제하여야 한다.


또 이게임의 장점은 게임 종반전에 멋진 스토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1번 홀부터 불운의 연속으로 한 번도 상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17번 홀에서 버디를 하여 뭉치 돈을 뺏어 오는 인생역전의 스토리가 완성되기도 한다.


아무리 높은 수준의 고수라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기 때문에 후반에 상금이 모여 큰 상금이 걸려 있으므로 긴장을 놓칠 수 없고 먹었다 토해내며 상금이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18홀을 다 돌고 즐거운 마음으로 맛난 음식과 한 잔의 술로 친구들의 우정과 함께 그날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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