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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Aug 17. 2022

골프 내기 게임 《 라스 베가스 게임 》

마음의 평화를 부르는 복 불복, 홀 매치 게임


가장 평화로운 게임이다.


라스 베가스에서 탄생한 게임도 아니고 전혀 라스 베가스스럽지 않다.


누군가 라스 베가스를 동경한 사람이었던가 아니면 '인생은 복불복이야'라고 외치며 골프를 도박에 비유한 사람들이 이름 붙인 게임이 틀림없다. 게임 규칙도 간단하고 골프타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으므로 처음 만나 같이 게임하기에도 적당하다.


스트레스 강도 : ●●

난이도 : ●

몰입도 : ●●


이 게임은 항상 2 대 2, 홀 매치 플레이로 진행된다.


먼저, 2명 1조로 2개 팀이 나누어지는데 티 샷 순서로 정한다. 1번 홀에서 첫 번째로 티샷 한 사람과 네 번째로 티샷 한 사람이 한 편이 되고 둘, 셋째에 티샷 한 사람이 상대편 조가 된다.


1번 홀을 마치면 합산의 타수가 적은 쪽이 승리하고 정해진 금액을 받으면 된다. 대게 한 사람에게만 각각 지불하는 것으로 한다.


그리고 다음 홀은  홀의 성적에 따라 파트너가 정해 지는데 1위와 4위가 한편이 되고 2,3위가 한편이 되어 다음 홀을 겨룬다. 만약 1,2위가 같은 스코어이면 그 전 홀에 더 잘 친 선수가 1위이고 2,3위,  3,4위도 마찬가지로 소급하면 항상 1,2,3,4위가 가려진다.


전홀에서 비겨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면 배판을 적용하여 동일한 조로 팀 플레이한다


게임의 핵심은 눈치로 알아챘겠지만 1위는 4위와 함께하므로 1인 독주를 막아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돈을 따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숨어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홀에서 돈을 잃었더라도 다음 홀에서 공을 잘 치는 선수와 한편이 되므로 크게 돈을 잃을 염려가 없다.


팀 매치 플레이가 그렇듯이 남에게 피해를 줄까 전전긍긍하고 그 반대로 내 결과가 남에 의해서 깎여나가면 기분이 안 좋은 법이다. 그러나 세상은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타인이 없으면 나의 존재가 의미가 없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간혹 팀플레이를 제안하면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하는 이가 있다. 이를 뒤집어 깊은 곳을 관찰해 보면 내 샷이 남의 스코어에 의해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심리도 숨어 있는 것이다.


내재된 교만과 이기심을 적당히 포장해서 내면을 숨기는 것이다. 골프란 혼자서  플레이하기도 힘들고 나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이가 없다면 양념 빠진 김치처럼 무미건조한 것이다.


어울려 사는 세상, 낯 모르는 타인이 있기에 외롭지 않은 세상, 누군가 재미있게 게임을 제의하면 나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고마운 마음으로 흔쾌하게 응하도록 하자. 골프로 내 재산을 노리겠는가, 아니면 사기 골프 내기를 하겠는가! 잃어봐야 그날 그린피도 안 되는 것에 목숨 걸 일도 아닌 것이다.


골프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즐거운 마음은 없어지고 스트레스와 화만이 남는다면 오히려 주인은 없어지고 객만이 남는 놀이가 아니겠는가!


골프문화도 조금씩 바뀌어져야 한다. 웃고 떠들고 응원도 하면서 소란스럽게 즐겨도 용납되어야 한다. 무슨 종교의식도 아닌데 근엄하고 엄숙하게 플레이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골프장을 평가함에 있어 객관적 기준으로 좋다, 나쁘다를 가려야 하는데 매우 주관적인 동물인 인간은 그 골프 라운드에서 스코어가 잘 나온 골프장은 좋은 골프장이고 나쁜 스코어는 그 반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날 게임에서 돈을 잃으면 골프장조차도 제 평가를 못 받는 법이다. 심지어 같이 동반한 골퍼들도 나쁜 사람들로 낙인찍히는 법이다.


돈을 잃어야 사람의 환심을 사는 법이므로 돈을 따면 손해요, 돈을 잃으면 득인 것이다. 돈보다 더 큰,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절대로 골프장에서 돈을 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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