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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verie

미지로 나아가는 여정

[Outer Wilds] 앤드류 프랄로의 'Outer Wilds'

by harmon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별다른 지시 없이 '노마이'라는 선조와 광활한 태양계를 조사하기 위해 아우터 와일즈 탐사대의 일원이 된 주인공. 준비물은 번역기, 신호탐지기, 정찰기, 발사 코드를 통해 항해 가능한 우주선,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호기심. 고유한 특성을 지닌 천체ㅡ거인의 심연은 토네이도가 불어대고 조각난 공동은 운석으로 지표면이 붕괴되는 행성이고, 모래시계 쌍둥이 행성의 경우 태양에 공전하지만 서로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어 중력으로 모래가 쏠리는 등ㅡ를 탐험하고 그 안의 퍼즐과 비밀을 파헤쳐 나가야 한다. 문제는 22분이 지나면 태양이 초신성이 되어 폭발하는 루프에 갇힌 여행자 신세이기 때문에, 목재 화로(Timber Hearth)라는 행성으로 되돌아간다. 이런 와중에 모닥불에 앉아 캠핑하듯 마시멜로를 구워 먹고, 앞에 보이는 네 개의 눈을 가진 화로인과 느끼는 평화로움. 타임 루프, 미스터리와 코즈믹 호러도 모자라 모험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페이스 오페라물이라니 구경하는 것만으로는 아쉽게 느껴지는 게임이다.


이처럼 SF적 요소에 캠프파이어라는 특이한 개념을 도입한 게임인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2019년에 발매되었으며 Mobius Digital이라는 Masi Oka의 독립 스튜디오 산하에서 개발 및 Fig 크라운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많은 관심과 투자를 받았다. 본래 게임 디렉터인 Alex Beachum의 USC 석사 학위 논문으로 시작한 Unity3D 기반의 프로젝트였는데, 2015 인디펜던트 게임 페스티벌(IGF) 수상 이후 안나 푸르나 인터렉티브(Annapurna Interactive)의 자금과 배급을 통해 유저들과 투자자들에게 호응을 안겨줄 수 있었다. 배낭여행처럼 우주를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논문에도 나와 있듯이 <아폴로 13>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영감을 받아 하드한 면도 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노마이')과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위성의 공전'), 양자의 불확정성 원리('양자의 달')를 게임의 물리 엔진에 적용하고자 했다. 이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어렵겠지만 이에 맞게 구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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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스코어링을 맡았던 역시 기존의 일렉트로니카와 오케스트라와 같은 정형적인 문법에서 벗어나 기타나 하모니카와 같은 아메리카나 사운드와 Moog의 신시사이저를 엮어 독특한 사운드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작곡가인 앤드류 프랄로(Andrew Prahlow)는 첼로와 휘파람, 피아노를 모두 활용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트랙이라고 볼 수 있는 'Outer Wilds'는 밴조가 두각을 드러내며 어드벤처에 걸맞은 따스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Prahlow는 "음악을 통해 서로 공유하는 접점을 만들어 나가는 게 게임 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길 바랐다"며 "캠프파이어 주변의 여행자들이나 DLC(Echoes of the Eye)의 낯선 감각, 마침내 디럭스 앨범(<Outer Wilds: Echoes of the Eye (The Lost Reels>)에서 스토리를 실제 삶과 연결해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thegamer>) 개인적으로는 Prahlow가 발매한 'Outer Wild - Reprise' 버전은 로파이한 감성이 있어 잘 기념하는 듯하다. Gris나 Stradew Valley와 같은 게임에 삽입된 사운드트랙을 제법 청취해왔지만 손꼽힐 만한 삽입곡이다.


이외에도 아름답고 희망찬 트랙들이 유저들을 맞이한다. 'Space'나 'The Museum'처럼 앰비언트이거나 'Campfire Song'처럼 90년대 후반의 포스트록처럼 느껴지는 트랙도 있다. Keith Keniff와 같은 연주자를 좋아했다는 걸 미루어 보아 게임이라는 틀에 맞추면서도 배경에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Traveler'는 캠프파이어의 속성을 잘 드러내는 곡인데, Prahlow가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곡인 '14.3 Billion Years'는 게임의 엔딩 크레딧이면서도 노마이의 테마와 하모니카, 휘파람, 밴조, 플루트 등 여행자들의 악기가 한데 모여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담아내 음악의 공동체적 속성을 반영했다. 각기의 곡을 들으면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다가 조우하는 낯선 순간이나 불멍하는 순간,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 듯한 뿌듯함의 순간을 연상케 한다. "I believe we’ve reached the end of our journey. All that remains is to collapse the innumerable possibilities before us. Are you ready to learn what comes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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