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ctopus Teacher] 케빈 스머츠의 'Not Just..
대자연에 관한 다큐멘터리(<씨스파라시>, <우리의 지구>, <바다늑대의 섬> 등)를 꽤 봐왔지만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은 적극 추천드리고 싶다. Pippa Ehrlich와 James Reed 감독이 맡으며 문어를 관찰하고 이와 교감하는 장면을 담아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이다. 잭슨홀(Jackson Hole Wildlife Festival)에서 총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ritish Academy Film Award)은 물론 와일드스크린 판다 어워드(Wildscreen Panda Awards) 포함 37개가 넘는 시상식의 후보로 지명되었으니 말을 아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건 똑같지만 남아프리카 최초의 자연 다큐멘터리이고 Ross Frylinck과 함께 Craig Foster라고 하는 10년이 넘도록 다이버 생활을 하고 있는 환경 활동가가 중심이 된다. Foster는 해양 보호 구역을 2030년까지 30%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NPO의 공동 창립자이고,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라고 불리는 케이프타운의 해안에서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부시먼(Bushmen)이라고도 알려진 산(San) 족의 추적방법을 또한 적용해 보고 싶어 했다.
<바다의 숲>에서도 알 수 있듯 켈프숲은 해양 생물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식처이자 바이오매스의 상당량을 심해로 방출해 탄소 격리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서식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의 해안선을 따라 1,300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으며 드후프 자연 보존 지역(De Hoop Nature Reserve)과도 맞닿아 있다. 켈프숲에는 파자마 캣샤크 pyjama catshark, 아르고노트 argonaut, 펍에더 샤이샤크 Puffadder shyshark 등을 포함 약 14,000여 종의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Foster는 2012년에 시작한 시 체인지 프로젝트(Sea Change Project)를 통해 이곳을 "세렝기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같은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목표"라며 밝힌 바 있다. (<ecowatch>) 심지어 Foster는 <블루 플래닛 II>을 기획했던 Roger Horrocks와 협업하여 추적하고 촬영하면서 8종의 새우를 발견했는데, 그중 하나인 헤테로미시스 포스테리(Heteromysis Fosteri)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Foster는 암컷 문어와 인연이 맞닿았다. 26일 정도 지난 뒤에야 문어를 만질 수 있었던 그는 나미비아와 남아프리카 해안의 켈프숲에서 1년 동안 문어의 사냥 방식과 포식자로부터 위장하는 등의 생존 전략을 목격했다. 색소세포를 통해 주변과 동화시키거나 몸을 수축해 보호하는 것은 그렇다 해도 조개껍질을 독창적으로 활용해 '조가비갑옷(shell suit)'를 세워 상어의 급습을 막는 방식은 과학계에서도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Foster는 이외에도 알을 적절한 은신처에 낳고 빨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높은 지능의 두족류 외계인을 관찰해 나갔다. 수명이 1.5년밖에 되지 않고, 출산 이후 급격히 약해진 문어는 상어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생애였지만 그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기에 말한다. "자연계에서 여러분의 역할과 위치는 우리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에요." (<cnntravel>) 그는 아들 Tom에게도 다이빙을 가르쳐주고 켈프숲을 알려주었다. (<아바타>가 생각날 정도로 바닷속 풍경은 아름답고 진귀한 장면이었다)
Phoebe Bridgers의 곡 'Sidelines'에서 Bridgers는 이렇게 말한다. "조개껍데기 속에서 바닷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곤 했어, 이 얼마나 아이 같은 생각일까." 아무래도 문어 선생님이 인간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것 자체가 독특하기도 하지만, 후세대에게 어떤 삶을 물려주고 이를 위해 능동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기 때문에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뒤에서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분석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방관자나 방문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을 강하게 느낀다. 플레이어가 아닌 NPC처럼 딱딱하고 수동적으로 삶을 살아왔기에 와닿았다. 다큐멘터리 사운드트랙인 <My Octopus Teacher (Music from the Netflix Documentary)>는 Kevin Smuts가 참여하였으며, 아래의 곡을 즐겨들었다. ('Basically Flying', 'Octopus Joy', 'The Big Relief', 'She is slowly dying', 'The Wonders of Nature', 'Not Just A Vis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