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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mon Feb 24. 2023

입담과 재간의 모노크롬 발라드

[리뷰] 일구칠오의 [Being Funny in a Foreign...]

영국 맨체스터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 온 밴드 일구칠오(The 1975) 앞에는 어떤 수식어가 붙어야 할지 난감하다. 전작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2019), <Notes On A Conditional Form>(2020)을 듣다 보면 느껴지는 실험정신과 펑크 록, 신스 팝, 알앤비와 발라드 스타일까지 종잡을 수 없다. 프런트맨인 매티 힐리(Matty Healy, 리드 보컬)를 주축으로 하여 조지 다니엘(George Daniel, 드럼), 아담 한(Adam Hann, 기타와 피아노), 로스 맥도널드(Ross MacDonald, 베이스와 키보드) 총 네 사람은 밴드 결성을 한 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호응과 반발에 과도기를 겪으며 다변화된 스타일을 구가했다. 일구칠오는 예측이 가능한 예술을 양산하지 않고 불후의 작품을 위해 컨템퍼러리 음악을 완강히 거부해 왔다.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에서는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에 가까운 앨범으로, 케케묵은 페르소나를 벗겨내고 성숙의 가치에 주안점을 둔다. 초창기 앨범 타이틀을 <At Their Very Best>라 지은 만큼 일구칠오의 디스코그래피를 아울러 최상의 컨디션에서 작업ㅡ매티 힐리는 헤로인 중독에서 벗어난 지 4년이 넘었고, 아담 한은 결혼한 최초의 멤버가 되었다ㅡ하며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담아냈다.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장면을 폴라로이드로 찍은 듯한 'Wintering', 알앤비의 영향을 받은 'Human Too'는 한 인간으로서 결핍을 시인하고 있다. 힐리는 애플뮤직에서 제인 로우(Zane Lowe)와 대담하며 '진정성'을 거론한다. "음악을 할 때 문화 감수성에는 코빼기도 관심이 없어요. 진정성에만 관심이 있죠." (<유튜브>) 밴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기대기보다 스튜디오 라이브 내의 사운드를 채택하고자 했다.


힐리의 농담은 친근하고 고전적인 사운드에 헝클어지며 나름의 자정 작용을 거쳤다. 그동안 힐리는 조지 플루이드 사망 사건으로 트위터에서 캔슬당한 경험을 포함해 인터넷의 폐해, 현대사회에 들어서 위기에 처한 남성성, 정치 공작 등을 언급하며 21세기 광대가 되기를 자처했다. 'Love It If We Made It'에서 "현대사회가 우리를 망쳤어!"(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에서 나오는 첫 문장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와 다르지만)와 같이 과격하게 던지던 비판의 메시지는 포크 록 트랙 'Part of the Band'의 자아성찰과 뭉친다. "나는 아이러니하게 깬 사람인 척하는 걸까? / 나 자신을 놀려가면서?" 앨범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인트로 'The 1975'에서는 피아노 반주와 바이올린으로 풍자의 목소리를 낸다. "네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17살이라면 미안해 / 아메리칸드림이 내 모든 자존감을 사들이고 있어."

기존의 일구칠오 사운드를 답습하는 듯한 'Looking For Somebody (To Love)'는 아쉬움을 낳지만, 'I'm in Love with You'에서 힐리는 무성영화의 찰린 채플린처럼 우스꽝스럽게 음을 비튼다. "이 멍청이야, 이번에는 망치지 마 / 그렇게 깊이 생각할 건 아니지만 / 내가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줄곧 생각해 왔지." 재즈와 블루스의 여흥을 담은 복고풍의 'Happiness'는 콜 앤 리스폰스(Call & Response) 형식으로 녹음되어 디스코장에서 춤추는 두 사람의 순간을 현란하게 건져 올린다. 힐리와 다니엘은 BJ 버튼(BJ Burton),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를 통해 번지르르한 기름기를 덜어냈다. 80년대 신스와 뉴웨이브 뮤직을 바탕으로 바리에이션을 넓힌 것도 이들의 편곡 실력 덕택이다.


꼭 매티 힐리가 부르지 않아도 서정적인 피아노 발라드 'All I Need to Hear'에서 느껴지는 관성 있는 '진정성'은 앨범을 웃돌며 안락한 분위기가 맴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적나라하게 풀어가기보다 일구칠오의 푸근함과 올곧음을 동원해 그동안의 문법을 교정한다.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는 타이틀만큼의 해학이 있으며,  전작과는 방향을 달리 한다. 리드 싱글에 참여했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 역시 흡족하게 바라본다. 앨범은 2023 브릿 어워즈(2023 The BRIT Awards)에서 올해의 앨범상 후보로 지명된 바 있다.

1. The 1975

2. Happiness

3. Looking For Somebody (To Love)

4. Part of The Band

5. Oh Caroline

6. I'm in Love with You

7. All I Need to Hear

8. Wintering

9. Human Too

10. About You

11. When We Ar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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