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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5. 2023
반듯하고 정겹지만 관습적으로 풀어가는
왈로우즈의 [Tell Me That It's Over]
<Tell Me That It's Over>는 20대 중반의 청년들이 겪게 될 성장 과정을 그린다. 클레어오가 피처링한 'Are You Bored Yet?'으로 스트리밍 상위권을 달렸던 데뷔 앨범 <Nothing Happens>(2019)의 성공과는 별개로 딜런 미네트(Dilan Minenette)와 브레이든 르마스터스(Braeden Lemasters), 콜 프레스턴(Cole Preston) 모두 어른의 관문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루머의 루머의 루머>(2017)로 이름을 알린 미네트 역시 5년 전이다. 르마스터스는 앨범에 대해 "우리가 겪고 있는 인간관계와 사랑, 어른이 되어가는 그 과정 자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반영한 결과"라며(<아메리칸 송라이터>) 왈로우즈(Wallows)의 나이테를 음악으로 표시해 간다.
오프닝 트랙인 'Hard to Believe'는 독특하고 참신한 반주로 리스너들의 흥미를 끌며, 피치를 올리며 펑키한 그루브를 뽐내는 'Marvelous'는 지하철과 플랫폼 사이의 간격처럼 벌어진 관계를 좁히고자 한다. 트럼펫과 색소폰은 흥을 돋우면서 댄스 음악처럼 렌더링하는데, 'I Don't Want to Talk'의 하모니카와 호루라기가 더해져 속도감이 넘친다. 뇌리에 남는 멜로디와 밝은 업비트 위주의 사운드는 전작을 닮은 면이 많은데 어른아이의 티를 벗은 연장선에 놓여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네트의 전 여자친구였던 리디아 나이트(Ridia Knight)가 듀엣으로 참여한 'Permanent Price'는 영묘한 간주로 시작된다. "지금은 잠깐 시간이 필요해 / 지나치게 앞선다면 제동을 걸어줘."
80년대의 신스를 바탕으로 하여 노스탤지어의 감각을 자극하는 'Hurts Me'나 'At the End of the Day'는 밴드 큐어(The Cure),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 등의 정체성을 포괄한다. 초창기 EP였던 <Spring>의 '1980s Horror Film'도 복고적인 요소를 재현하고 싶어 했기에 과거의 향수와 배경에 일관성이 있다. 한때 팝을 장악했던 케이트 부시(Kate Bush)의 'Running Up That Hill (Deal With God)'를 고려한 'That's What I Get'의 에코 드럼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은 유명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네 번째 시즌이 폭발적인 상승세로 이어지며 음악에 대한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다. 다만 기성 밴드의 악상과 음악을 관습적으로 풀이하고 해석한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든다.
로파이한 느낌을 유지하며 한 편의 동화 같은 'Guitar Romantic Search Adventure'는 앨범에서 유일하게 4분의 길이를 넘어간다. "당장 끝이라고 말하는 대신 날 붙잡아주면 안 될까? / 조금이라도 너와 나의 미래를 기대해 / 그러니 끝이라고 말하지 않길 바라." 윌리처(Wurlitzer) 일렉트릭 피아노와 부드러운 기타의 스트로크는 에이리얼 레흐트샤이드(Ariel Rechtshaid)의 프로듀싱과도 박자가 맞아떨어진다. <Tell Me That It's Over>는 전반적으로 세 사람의 취향과 무게가 무난하고 반듯하게 성립하지만, 성숙함에 대해서는 모호한 감이 있다. 이들은 발매 후 일 년이 안 된 2023년 2월에 서울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